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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2승 리그 최다승…‘박정원의 두산’ 왜 강한가
평균연봉 10개구단중 6위
스타보다 팀워크로 정상
구단주 안보이게 적극지원
2군 떡잎들 묵묵히 키우고…
감독·프런트 전폭적 신뢰감
8년째 100만관중 돌파로 화답


가을 야구 단골 손님,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조연으로 보냈다.

그리고 20여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92승이라는 한국 야구 역사상 단일 리그 최다 승리 기록은 덤으로 따라왔다.
지난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트로피 시상식에서 두산 김태형 감독(왼쪽)과 주장 김재호가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제공=두산베어스]

2016년 KBO리그에서 우승 팀 두산이 이뤄낸 성과다. 선수단 평균 연봉은 10개 구단 중 6위, 이름만으로 상대 투수나 타자에게 위압감을 줄 만한 당대 최고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팀 두산’으로 뭉친 선수단은 그 어느 팀보다 강했다.

두산 야구의 특징은 ‘화수분’이다. 1군 주전 선수 누군가가 부상이나 컨디션 저하로 빠져도,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10년동안 2군 이천 야구장에서 실력을 길러온 누군가가 그 자리를 부족함 없이, 때로는 더 뛰어난 실력으로 매꾸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지난해, 그리고 시즌 최다승으로 정규 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올해 두산 외야를 지킨 김재환, 박건우, 1루 오재일, 유격수 김재호 등은 불과 2~3년전만 해도 팬들에게조차 낯선 이름이였다. 지금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가을야구까지 뛰고 있는 김현수라는 몇 안되는 프렌차이즈 스타가 빠졌지만, 그 빈자리는 2~3명의 2군 스타들이 혜성처럼 나타나며 메꾸고도 넘쳤다. 1980년대 프로야구 태동과 함께, 남들보다 한 발 앞서 2군을 만들고 또 전용 연습장까지 확보한 30년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감독과 프런트, 그리고 구단주의 상호 신뢰도 두산 야구단의 특징이다. 프런트 말단 직원까지 갈아치우는 감독, 또는 감독의 작전 하나까지 간섭하는 프런트, 선수 기용 하나하나에 관심을 보이는 구단주가 흔한 한국 야구판에서 이 같은 삼권분립은 당연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과장으로 야구단에 합류해 사장까지 오른 전문 경영인 구단 사장, 야구선수로 시작에 어느 새 전무가 된 구단 단장, 야구에 조예는 깊지만 절대 앞에는 나서지 않는 구단주는 정규시즌 최다승 우승의 발판이였다.

올해 두산 우승 뒤에는 8년 연속 100만 관중 돌파라는, 한국 야구를 넘어 한국 스포츠 반백년 역사에 전무후무한 대기록도 숨어있다. 두산은 9월 2일 잠실 kt전에서 8년 연속 100만 홈 관중 동원에 성공했다. 2014년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6년 연속 100만 홈 관중을 돌파한 두산은 이후 해마다 신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게다가 최근 8년 동안 총 누적 관중 수 912만 227명을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프로 스포츠 최다 관중 동원에 성공했다. 성적과 함께 프로 스포츠 구단의 존립 이유 중 하나인 흥행에서도 국내 최고의 위치에 오른 셈이다.

리그 꼴찌를 하던 암흑기에도, 또 잘못된 감독 선임에 가을 야구가 좌절된 지지난해에도 두산의 팬들은 야구장을 찾아 선수를 응원하고, 또 두산의 야구를 즐겼다. 한국시리즈만 10번 넘게 우승하고, 또 5년 연속 정규 시리즈 우승을 독식했던 구단들도 차마 흉내내지 못하는 큰 기록이자, 자산이다. 이왕돈 두산 마케팅 팀장은 “8년 연속 100만 홈 관중 돌파는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다. 두산 베어스를 사랑하는 팬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절대 이룰 수 없는 결과”라며 팬들에게 먼저 공을 돌렸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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