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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단한 택시기사①]月 313시간 ‘살인운전’ 수입은 200만원 뿐…족쇄는 사납금
-서울시 ‘택시 기사의 노동실태와 개선방안’
-사납금 압박 커…택시요금 인상에도 실질임금 오히려 줄어
-하루 13~14만원 가량 사납금 ‘근로환경 악화’ 주원인 꼽혀




[헤럴드경제=강문규ㆍ이원율 기자]새벽 3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전대를 잡고 서울시내를 누비는 17년차 법인 택시기사 정모(59) 씨는 밥 먹는 시간까지 합하면 쉬는 시간이 1시간 정도다. 하루 11시간 정도 택시 안에서 일을 하지만 한달 수입은 120만원 안팎이다. 정 씨는 “하루 평균 150~200km 운전하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은 300km 정도를 찍는다”며 “나는 다른 택시기사보다 많이 쉬는 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 300km를 운전하면 수입이야 많이 늘겠지만 건강이 문제”라며 “사납금 스트레스도 심하고 가끔 진상 손님 타면 그날 하루는 진이 빠진다”고 덧붙였다
1인 1차제로 서울 법인택시 기사들은 한달에 26.7일, 313.4시간을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채 200만원이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뒤에는 사납금의 족쇄가 있었다.

1인 1차제로 근무하는 서울 법인택시 기사들은 한달에 26.7일, 313.4시간을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채 200만원이 되지 못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택시기사의 노동실태와 개선방안’ 발표자료 따르면 2014년 서울시내 1 차제 법인 택시기사는 하루 평균 11.7시간을 운전하지만 휴게시간은 0.8시간에 불과했다. 이렇게 한달에 26.7일, 313.4시간을 운전대를 잡아서 번 월간총수입은 123만6000원을 포함한 196만8000원이었다. 이 결과는 서울 택시기사 7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 운행환경과 근로조건 등 분석한 서울노동권익센터 연구사업 최종발표토론회에서 나온 자료다.

1일2교대 택시기사도 1차제보다는 낫지만 근무환경이 열악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1일2교대로 평균 하루 9.9시간, 한달 254.6시간 25.6일을 근무해서 받는 총수입은 199만8000원 뿐이다.

1차제의 경우 하루 평균 268.3km를 운행한다. 이중 64.5%인 173km를 손님을 태우고 운송수입은 17만2000원이었다. 2교대 운전자보다 하루 1만5000원 정도 더 운송수입이 많았다. 하지만 1차제 운전자들이 실제 손에 쥔 돈은 2교대 운전자보다 한 달에 3만원 가량이 더 적다.

법인택시 운전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사납금’이라는 족쇄 때문이다. 사납금이란 법인택시 기사가 매일 회사에 납부하는 금액으로 하루 13만~16만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루에 얼마를 벌든 간에 이 돈을 채우지 못하면 자기 돈에서 물어내도록 돼 있다. 

1차제 택시 운전자들은 더 높은 사납금으로 압박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높은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하루 밤낮없이 운전을 해야 200만원 안팎의 월수입을 얻을 수 있어, 휴게 시간은 엄두를 못 내는 형편이다. 이들은 승무중 애로사항 1순위로 38.8%가 ‘입금액 압박감’을 꼽았고 법규 위반의 원인도 65.3%가 ‘입금액 부담감’이라고 답했다.

사납금 압박은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실제 절반 가량(49.1%)의 법인택시 운전자들은 ‘입금액 부담’ 탓에 교통사고가 발생된다고 답했다.

서울의 법인택시 기사들이 희망사항도 높지 않았다. 이들은 하루 8.8시간, 한달 24일을 일해 211만2000원을 받는 것이 ‘희망사항’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서 젊은 층의 유입은 적어 택시기사의 노령화를 불러온다”며 “택시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택시기사들의 처우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택시 관련 민원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에 있지만 지금의 처우수준으로 서비스 개선에 일정부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납금에 대한 압박이나, 장시간 근로, 열악한 처우가 승차거부, 불친절 등이 일어날 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안 연구위원은 “택시 근로자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지만 개별 회사에 맡겨두기에 한계가 있다”며 “일본과 같이 독립된 중립 비영리재단을 통한 서울시 택시 센터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영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 노사대책부장은 “지난 2013년 서울시가 택시인상을 인상했지만 법인택시 근로자의 월간 총수입은 오히려 줄었다”며 그 이유로 사납금 인상을 꼽았다. 그는 이어 “요금을 포함한 서울시 택시정책들은 근로자에 대한 직접 지원과 수혜를 통해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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