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은 필연적으로 열창과 고음중독을 불러온다. 거기 어울리는 선곡이어야 하고 안되면 편곡과 애드립으로라도 커버해야 한다. 경쟁의 중압감이 짓누른다. 즐길 수가 없다. 가수들은 출연 자체가 부담스럽다. 보는 시청자도 불편할 정도다. ‘나가수’가 수많은 장점과 찬사에도 불구하고 그 포멧 그대로 장수하지 못한 이유다.
요즘의 경연 프로는 어깨에 힘을 빼는 쪽으로 조금씩 달라진 모습이다. KBS ‘불후의 명곡’은 개별 승자승 형식으로 패자의 부담을 줄였고 패널MC를 투입해 예능의 재미를 가미했다. JTBC ‘히든싱어’는 출연가수들이 자기노래를 부르니 좀 더 손쉬워졌다. MBC ‘복면가왕’은 X맨의 궁금증을 가미해 흥미를 배가 시켰다. 시청자들은 가면을 벗는 순간노래 잘하는 탤런트, 발라드 부르는 아이돌, 트로트 부르는 격투기선수를 발견하고 환호를 지른다.
판듀는 이 모든 완충요소에 오디션을 접목했다. 프로의 경연과 아마추어의 오디션이 결합해 이종교배의 진화된 포멧으로 탄생한 것이다.
시너지는 대단했다. 가수들은 자신의 노래를 열심히 불러주는 팬이 고맙다. 팬은 좋아하는 가수와 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다. 그러니 둘 사이의 케미는 그만이다. 여기에 스토리가 입혀지고 메시지가 만들어진다. 결과는 보는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감동이다. 열창곡이 아니어도 그만이다. 잔잔해도 되고 트로트도 가능하다.랩인들 왜 안되랴. 김범수 윤도현 거미 뿐 아니라 다른 경연에선 보기 힘든 양희은,윤복희,윤미래를 볼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판듀 최고의 미덕은 뭐니뭐니해도 IT 기술의 접목이다. 앱을 통한 판듀의 동영상 응모 과정(내손에 가수)은 지금까지 댓글에 머물던 SNS 활용수준을 화상으로 확대했다.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이 된 셈이다. 덕분에 오디션 스튜디오의 시공간이 무한 확대됐다. 자기방은 물론이고 동호회의 취미생활공간, 친구들과의 술자리, 직장의 작업현장까지도 스튜디오가 된다. 내손에 가수는 만남과 추억,공동의 팬심을 즐기는 놀이문화로 자리잡았다.
시청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판듀의 가치는 외부에서 더 평가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서 판듀프로그램 포멧을 사간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도 아닌 유럽으로 예능 프로그램 포멧이 수출되기는 처음 아닌가 싶다.
판듀의 핵심코드는 수용과 조화, 신기술의 결합이다. 이는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중요 포인트만 받아들이면 된다. 정치에선 협치가 손쉬워질 것이고 창업에선 신사업 아이템이 출현할 것이다. 문화적으로는 크로스오버가 더욱 다양해지고 사회적으로는 각박함을 덜어내는 도구가 될 것이다. 그런게 창조가 아니고 무엇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