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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판 ‘잃어버린 10년’오나?…부동산 빚폭탄 ‘째깍째깍’
中 부동산 “통제수준 벗어났다”

대출로 집매입, 가계부채 사상최대

작년 신규 모기지 GDP 5.5% 차지

1990년대 일본보다 상황 더 심각

중국의 부동산 투기열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중국판 ‘잃어버린 10년’이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시에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간 경기침체에 시달렸던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최대 부동산 부호 왕젠린(王健林) 다롄완다(大連萬達)그룹 회장은 28일(현지시간)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사상 최대규모로 커졌다”며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중국판 ‘잃어버린 10년’론이 부상하게 된 이유는 중국이 1990년의 일본과 유사한 ‘내 집 마련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에서 엔화가치가 크게 오르자 금리를 인하시켜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켰다. 사람들은 대출을 통해 집을 샀고,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가 됐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현재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낮은 금리를 적용했다.

일본에서 총통화(M2)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140%에서 1991년에는 190%까지 상승했다. 중국도 이 수치가 2008년 약 140%에서 2016년 2분기에는 220%까지 올라갔다. 해통증권의 지앙 차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중국의 신규 모기지는 GDP의 5.5%”였다며 “일본 부동산 버블이 가장 심했던 1989년조차도 신규 모기지는 일본 GDP의 3%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미상환 가계부채는 현재 GDP의 40%에 달한다. 중국의 전체 빚 규모는 올 3월 기준 163조 위안(약 2경8850조원)으로, 지난해 GDP의 2.4배 수준으로 뛰었다.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1년 만에 33%가량 상승했다. 부동산 대출도 3월 기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 상승했다.

르웰린 컨설팅의 러셀 존스 애널리스트는 “정말 우려되는 것은 부동산 활황이 계속되면서 채무의 양이 급속히 늘어나고, 문제가 되는 채무자와 채권자도 늘어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 일본 거품 붕괴 당시 일본에서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던 그는 “최근 중국의 상황은 가격, 채무, 자산건전성 등에서 독이 든 칵테일과 같다. 지난 1980년대 일본의 버블시대를 떠올리게 한다”고도 말했다.

일본 버블붕괴를 경고했던 뉴욕대학 연구원 로이 스미스도 “(일본과 중국이) 평행선을 걷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의 시장 붕괴는 금융위기로 나아갔다. 일본은 아직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국 역시 과다 부채로 인한 금융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들 사이에서는 중대한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일본의 거품 붕괴 당시와 현재 중국의 부동산 과열 현상이 닮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민은행 통화정책 위원인 황이핑(益平) 베이징대 교수는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포럼에서 아무리 많은 자금이 투입되더라도 스태그네이션(stagnationㆍ장기적 경기 침체)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중국에서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링하오(吉靈浩) 화촹(華創)증권의 채권애널리스트도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대출과 투자에 의존한 경제성장 방식을 철저하게 버리지 않는 한 일본식의 잃어버린 10년이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내 최대 민간 전략 싱크탱크인 안바운드 컨설팅의 첸 공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경험은 중국 규제당국이 자본 거품 위험에 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자본이 주택시장으로 돌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물론 개선의 여지는 있다.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최근 부동산 투기 억제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중국이 일본과 달리 경제를 되살릴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2013년 53%로, 1980년 일본의 77%보다 떨어진다. 중국은 도시화율이 80%에 이르기까지 추가로 1억5000만명의 이주를 추진하면서 이들이 경기를 뒷받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90년대 일본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컨설턴트였던 피터 모건은 “일본의 경제가 이미 성숙 단계를 한참 지나있기 때문에, 온건한 정책으로 버블 붕괴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중국은 아직 도시화가 이뤄지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거품붕괴를 막을 정책수단이 많다고 시사했다.

첸 공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경험은 중국 당국자들로 하여금 자본 버블리스크에 더욱 주의하라도록 촉구하고 있다”며 “당국은 자본이 부동산시장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쿠지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아시아 담당 수석은 “중국 당국자들이 비록 일본의 경험을 광범위하게 연구하고 있지만, 올바른 정책 교훈을 얻었는지는 두고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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