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한 전 의장(제15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ㆍ한나라당)은 30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정세균 국회의장이) 중립의무를 위반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같은 이론적 잣대를 ‘공격용 무기’로 들이대서는 냉동국회가 해빙될 수 없다”며 “양측이 대국적 차원에서 한 발씩 물러나고, 양보를 해야한다”고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여야 또는 국회의장의 자존심이 아니라 민생이며, 현재 반쪽으로 진행 중인 국정감사도 입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중대한 책무”라는 이야기다.
김 전 의장은 이어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사퇴까지는 요구할 것이 없고, 정 의장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과 정도를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 같은 국회ㆍ국감 파행 사태는 유례없는 일. 여야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버리라”고 덧붙였다.
김형오 전 의장(제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ㆍ한나라당) 역시 결자해지를 거듭 촉구했다. 다만 김 전 의장의 화살은 여야를 고르게 겨냥하기보다는 정 의장에게 쏠렸다. 김 전 의장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현실정치에서 ‘내가 먼저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결국에는 가진 자가 풀어야 한다”고 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인 역학구도 아래서는 야권과 정 의장에게 사태를 조율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으며, 가진 자가 양보해야 문제가 풀린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 출신 임채정 전 의장(제17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ㆍ열린우리당)은 ‘청와대의 개입’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아니라 정권 핵심의 ‘분노’라는 것이다. 임 전 의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정 의장과 새누리당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고서 (해결이) 되겠느냐”고 했다. 임 전 의장은 특히 “국회법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도 뻔히 알 것”이라며 “정권 핵심과 관련된 일”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직전(제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의화 전 의장은 말을 아꼈다. 정 전 의장은 “(현재 국회의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직전 의장이기에 오히려 지금은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국가에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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