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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국내증시투자 100조원 시대… 시장 영향력은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 국민연금이 국내증시투자 100조원 시대를 앞두고 꾸준히 영향력을 키워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중소형주의 하락이 국민연금의 투자전략 수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었고,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일부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기관 중 가장 많은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움직임을 추종하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고, 일각에선 ‘책임론’까지 내세우며 국민연금의 중소형주 매수를 주문하는 목소리까지 들렸다.


▶중소형주 하락 국민연금 때문인가=국민연금의 증시 내 영향력 확대는 중소형주 하락의 원인이 국민연금에 있다는 주장도 나오게 했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에 직접과 위탁방식을 혼용하도록 되어있는데, 액티브(active) 전략을 유지하는 위탁 자산에서 위탁운용사들의 쏠림현상이 발생하자 기금 측은 장기 수익률 제고를 위해 유형별 차별성에 따른 적절한 위험분산을 주문했다.

복제율을 제시하고 벤치마크(BM) 추종 비율을 높이라는 것이었는데, 이 때문에 주요 지수에 포함되지 못한 중소형주가 대거 빠지면서 운용사들의 매도가 일어났고 중소형주가 약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민연금의 중소형주 비중은 그리 높지 않고 기본적으로 대형주 중심의 투자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연금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 역시 “운용사들의 쏠림현상이 나타나다보니 유형별로 스타일을 배분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균형을 맞추려던 것이었고 50% 수준의 복제율이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나머지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운용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들은 대형주형, 중소형주형, 순수주식형 등 스타일별로 기금을 운용하는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해서 위탁운용사들이 중소형주를 대량으로 매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장기투자를 지향하고 시장이 흔들릴 수 있어 단기매매는 지양하고 있으며, 매매회전율도 높지 않다”면서 “위탁운용사들은 고유한 스타일대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시장을 분석하고 운용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시장 영향력은=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증시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생긴 오해라는 의견도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액(직접+위탁)은 28조3054억원이었다. 그해 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합계는 623조1139억원으로 국민연금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4%였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액은 95조5411억원으로 8년 만에 237.54% 급증했고, 국내 주식시장(1458조2713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55%로 2.01%포인트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향후 운용자산 중 주식비중을 줄일 것이란 계획이지만 운용자산의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의 증시 내 비중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황세운 실장은 “국민연금의 투자방향성에 따라 전체 주식시장의 주가흐름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아직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국민연금의 운용자산규모가 증가하다보면 국내 주식시장의 향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보는데 이는 국내 주식시장의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비중이 높아지면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며 “특정 기관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시장의 장기적 안정성 측면에서 경계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딜레마, 운용의 독립성 보장해야=영향력이 커지니 수익을 내는데도 고려해야할 부분이 생긴다.

국민의 연금지급을 책임져야하는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서의 자금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야한다. 그런데 기업의 성장이 둔화되고 장기간 박스권에 머문 시장에서는 한 쪽이 수익을 내면 다른 투자자들은 손해를 본다.

국민연금이 일각에서 강조하는 투자의 공익적 측면과 책임론에 얽매일 경우 수익창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6월엔 연기금의 중소형주 투자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황세운 실장은 “자산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공익적 측면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투자의사결정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투자방식의 검토과정에서 외부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압력이 들어가는 것은 오히려 투자의사결정의 효율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운용원칙을 강조하며 “주어진 BM이 있고 유형을 관리하고 수익률을 측정하는데, 성격에서 벗어난 (운용)상황이라면 위험한도 수치가 높아진다. 누군가 압력을 넣어 중소형주 매매를 하는 것은 개인의 운용책임 차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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