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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F 국가경쟁력 평가] 선진국과 거리 먼 투명성ㆍ 노동-금융 관행…혁신역량 강화 시급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정책결정 과정이나 기업이사회 등의 투명성을 높이고 노동시장ㆍ금융부문 등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혁신역량을 키워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날 수 있다. 덩치는 커졌지만 군살을 빼고 수술해야 할 부문이 많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8일 발표한 한국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경제규모나 거시경제ㆍ인프라와 같은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으나 경제를 운영하는 제도나 관행은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얘기다. 특히 정책결정 과정이나 기업이사회의 투명성, 노사관계ㆍ금융시장의 성숙도는 후진국 수준이어서 개선이 시급한 분야로 꼽혔다.

WEF는 전세계 138개국의 경쟁력을 3대 분야, 12대 부문으로 114개 항목으로 나누어 지표와 설문방식을 병행해 평가했다. 한국은 대체로 지표 평가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평가를 받았으나, 기업인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3대 분야별로 보면 한국은 가중치가 50%로 가장 높은 ‘효율성 증진’ 부문에서 지난해 25위에서 올해 26위로 한계단 떨어졌고, 거시경제, 인프라 등을 평가하는 ‘기본요인’도 18위에서 19위로 하락했다. ‘기업혁신 및 성숙도’는 지난해와 같은 22위에 머물렀다.

이를 12개 부문으로 나눠보면 한국의 강점과 약점이 잘 드러난다. 물가와 저축률, 재정건전성 등 5개 항목의 지표를 평가한 거시경제 부문의 순위는 지난해 5위에서 3위로 2계단 올라, 세계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도 선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도로ㆍ철도ㆍ통신 등 9개 항목을 평가한 인프라 부문도 13위에서 10위로 올라 경쟁력이 높아졌다. 시장규모는 지난해와 같은 13위로 양호했다.

반면에 가장 취약한 부문은 금융시장의 성숙도로, 지난해 87위에서 올해 80위로 7계단 올랐으나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지난해 평가에서는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가 아프리카 우간다보다 뒤지는 것으로 평가돼 ‘우간다 금융’이라는 지적까지 받았으나 아직도 개혁해야 할 부문이 많은 셈이다. 노동시장의 효율성도 지난해 83위에서 올해 77위로 6계단 올랐으나 여전히 하위권이다.

이들 금융과 노동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는 주로 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때문에 실제 지표와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노사관계나 노동시장의 유연성, 금융서비스의 혁신과 은행의 건전성 등의 개선이 시급한 상태다.

이들 금융ㆍ노동시장 부문과 함께 취약한 부문은 제도다. 정책결정 과정의 투명성이나 정치인에 대한 신뢰, 정부 규제에 대한 부담 등 21개 항목에 대한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 순위는 지난해 69위에서 올해 63위로 6계단 상승했으나 후진국 수준이다.

제도 부문에 대한 평가도 주로 설문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정책결정의 투명성이나 기업이사회의 유효성, 정부 규제 부담은 10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공무원 의사결정의 편파성(82위), 기업경영윤리(98위), 소액주주의 이익보호(97위) 등도 후진국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전체 순위는 노무현정부 시절이던 2007년 11위까지 올라가며 10위권까지 넘봤으나, 이후 시장경제와 규제개혁을 기치로 내걸로 내건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순위가 하락하며 최근 3년 26위에서 정체한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특히 현 정부는 규제를 ‘솥톱밑 가시’ ‘암덩어리’에 비유하고 규제 철폐와 노동ㆍ금융 등 개혁에 적극 나섰지만 실제 체감도는 크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이들 정책이 구호에 머물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실질적ㆍ실효적인 정책이 시급한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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