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쟁 본부, “영장 재청구는 사망원인을 조작하려는 창조적 꼼수”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지난 25일 사망한 백남기 농민(70)의 유족 측이 부검의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백남기농민국가폭력진상규명책임자 및 살인정권규탄투쟁본부(이하 ‘투쟁 본부’)는 27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경찰의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 재신청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유족 측이 부검은 필요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중앙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진=27일 백남기 농민 유족 측이 중앙지법에 부검이 필요 없다는 내용으로 제출한 탄원서] |
백남기 투쟁본부 측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이 필요 없다는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법률적 의견서를 영장담당재판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는 “(서울대병원으로의 경찰병력 투입이) 경찰이 무력으로 아버지의 시신을 탈취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며 “10개월간의 의료기록으로 충분히 고인의 사인을 규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는 “현재 경찰청장이 사망진단서를 근거로 ‘급성 신부전에 의한 심장정지라는 소견이 나왔기 때문에 외상에 의한 것이 아닌 가능성이 있어서 부검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얘기했는데 급성 신부전은 외상에 의해 발생한 뇌출혈로 인해 오래 누워있으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마치 꼭 부검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매우 큰 문제”라고 밝혔다.
박석운 투쟁본부 공동대표는 “(경찰의 부검 영장 재청구는) 경찰 측에서 창조적으로 사망원인을 조작하는 꼼수를 부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경찰은 이 사건의 명백한 가해자”라고 말했다.
[사진=백남기 투쟁 본부가 27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경찰의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 재신청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유족 측이 부검은 필요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중앙지법에 제출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
** 다음은 탄원서 전문.
존경하는 판사님께
판사님, 저희는 작년 11월 14일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나서 병원 중환자실에서 317일 간 투병생활을 이어가다 돌아가신 농민 백남기의 가족입니다. 가해자로 저희에게 형사고발을 당한 경찰이 저희 아버지, 남편의 시신에 대한 부검 영장을 거듭 신청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히는 아버지, 남편을 고이 보내드릴 시간도 갖지 못한 채 경찰 때문에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고 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부터 경찰이 서울대병원을 에워쌌고, 돌아가신 후에도 경찰의 방해 하에 시신을 중환자실에서 영안실로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장이 발부되기도 전에 그리고 서울대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시설 보호 요청을 하지 않았음을 밝혔는데도 병원 주변에 경찰차 수십 대와 경찰 수백 명을 배치해 유족들과 대책위, 소식을 듣고 찾아오신 시민들께 불필요한 긴장을 일으켰고, 무력으로 시신을 탈취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법원에서 부검 영장 기각을 했는데도, 재신청한 것을 보면 저희의 의심이 사실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영안실로 옮기고 나서는 사건 담당 검사님이 오셔서 가족의 뜻에 반하는 부검 같은 건 없다 하시며 국과수 법의학자들과 함께 검시를 하고 가셨습니다. 또한 10개월 간의 의료 기록이 의미 있고, 이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미 경찰이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거라면 충분히 고인의 사인을 규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왜 거듭 부검 영장을 신청하느나지 유족을서는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손에 돌아가신 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의 손이 절대로 닿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유족으로서의 도리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런 패륜 불효를 저지르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존경하는 판사님께서 유족들의 뜻을 받아주시고, 부검 영장 발부를 반려해주시길 눈물로 호소 드립니다.
2016년 9월 27일
유가족 일동 드립니다. 처 박순례 딸 백도라지 아들 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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