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까지 먹고 동치미 곁들이면 ‘만사 OK’
말뿐만 아니라 사람도 살찌는 계절, 가을이 찾아왔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밤 출출해질 때면 이것저것 군것질을 찾게 된다. 이 때 보다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이 바로 ‘고구마’다. 가을이 시작될 무렵 제철을 맞이하는 고구마는 쌀쌀할 때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고구마는 중앙아케리카 및 남멕시코의 열대 원산으로, 우리나라에는 1763년 통신사가 대마도에서 부산으로 보내오면서 재배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밤처럼 구수한 ‘밤고구마’와 당도가 높은 ‘호박고구마’가 주로 판매되고 있으며,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의 맛이 섞인 ‘황금고구마’, 보라색을 띠는 ‘자색고구마’ 등도 등장해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다.
칼륨ㆍ식이섬유 풍부한 건강 식품 고구마
고구마가 간식이나 식사 대용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맛도 좋고 영양소도 풍부한 건강 식품이기 때문이다.
우선 고구마에는 인이 다른 곡류에 비해 많이 함유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고구마 100g당 54㎎의 인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고구마 전체의 무기질 함량 중 6%에 해당하는 양이다.
칼륨도 풍부하다. 칼륨은 고구마 100g당 429㎎이 함유돼 있으며, 고구마 전체 무기질 함량 중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고구마는 식이섬유가 많은 식품으로도 유명하다. 고구마 100g에는 식이섬유소가 0.9g 들어있다. 수용성 식이섬유소는 콜레스테롤과 결합해 콜레스테롤을 몸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며, 불용성 식이섬유소는 대장의 운동을 촉진하고 장 내에서 수분을 흡수해 변의 양을 늘린다.
또한 고구마는 몸속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아 하루에 한 개만 먹어도 1일 필요량을 채울 수 있다. 고구마 100g에는 베타카로틴 113㎍이 함유돼 있다.
아울러 고구마 100g에는 비타민 C가 25㎎ 들어있다. 고구마에 들어있는 비타민 C는 고구마의 전분에 둘러싸여 있어 안정성이 크기 때문에 삶은 후에도 70~80%가 남아 있다.
변비ㆍ성인병 예방하는 기특한 고구마
고구마는 변비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좋은 식품이다. 고구마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식물성 섬유질은 대장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고 장 속의 세균 중 이로운 세균을 늘려 배설을 촉진시킨다. 생고구마를 잘랐을 때 나오는 하얀 진액인 ‘야라핀’ 성분이 변비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구마는 혈압을 조절하고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능도 있다. 고구마에 다량 함유된 칼륨은 혈압 상승의 원인인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고혈압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고 뇌졸중을 막는 작용을 한다. 고구마를 꾸준히 섭취하면 나트륨과 칼륨의 비율이 바람직하게 형성돼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고구마에 들어있는 식이섬유소는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배출하는 능력이 뛰어나 혈중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적절히 유지시키고 지방간과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고구마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몸의 산성화를 막고 암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산성 체질은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흉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고구마는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노화 예방과 피부 미용, 야맹증 개선과 시력 향상 등에 효과가 있다.
고구마를 더 건강하게 먹는 법
고구마는 열을 가할수록 단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흙을 잘 털어내고 깨끗이 씻은 후 삶거나 구워 먹으면 맛이 좋다. 고구마의 주성분인 녹말은 익으면 맛이 좋고 소화흡수도 잘 된다.
고구마를 먹을 때는 속뿐 아니라 껍질까지 먹는 것이 좋다. 보라색인 고구마 껍질은 고구마 속보다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이 많이 함유돼 있어 껍질째 먹으면 좋다.
일반적으로 고구마라고 하는 부분은 고구마의 뿌리 부분인데, 고구마는 뿌리뿐만 아니라 잎과 줄기에도 영양소가 풍부해 버릴 게 없는 작물이다.
고구마 줄기는 탄수화물, 당류, 단백질 등의 에너지원을 비롯해 칼슘, 칼륨 등의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다. 또한 면역 조절력과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클로로겐산도 풍부하다. 고구마 줄기에는 뿌리보다 비타민 C가 더 많으며, 고구마 줄기의 단백질은 배추나 상추보다 많다. 특히 말린 고구마 줄기에는 우유의 11배, 육류의 124배에 해당하는 칼슘이 들어있다. 고구마 줄기는 보통 데치거나 볶아서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고구마 잎은 뿌리와 줄기보다 칼슘과 철분의 함유량이 높고 베타카로틴 함량이 200배나 높다. 고구마 잎을 넣어 만든 식빵의 경우 밀가루로만 만든 빵에 비해 항산화 작용이 7배 활발하고 폴리페놀은 4배, 루테인은 10배, 베타카로틴은 80배 많은 양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구마와 동치미는 찰떡궁합
예로부터 고구마는 동치미와 함께 먹었는데, 이는 실제로도 궁합이 좋다. 고구마를 먹으면 장내 미생물이 발효되면서 배에 가스가 차기 쉬운데, 무에는 디아스타제라는 성분이 들어있어 소화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과 역시 고구마와 궁합이 좋은 식품이다. 사과의 펙틴 성분이 정장 작용을 해 소화에 도움이 된다.
반면 고구마와 소고기는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이다. 소화에 필요한 위산의 농도가 달라 함께 먹으면 소화 흡수를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