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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첨단과학의 시대, 고전이 필요한 이유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주역 등 동양의 고전은 시대를 넘어선 지혜를 들려주지만 일반인들이 다가가기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문자적 해석만으로는 깊은 뜻을 알기 어려운 것도 많다.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고 현대인의 눈높이와 정서에 맞게 재해석한 고전 해설서들이 인기다.
최석기 경상대 교수가 펴낸 ‘정선 사서‘(창비)는 사서(四書)의 정수를 골고루 뽑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 한 권에 담아냈다.

저자가 가려 뽑은 논어는 잘 알려진 ‘학이(學而)’편으로 시작한다. “배우고 그것을 수시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서운해하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란 제1장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하지만 연구자들마다 해석이 분분하다. 저자는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세 절의 연결성에 초점을 맞춰 해석한다. 각 절의 마지막을 이루는 기쁨, 즐거움, 군자다움을 상호 연관해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제1절은 혼자 부단히 공부해서 깨치는 기쁨을, 제2절은 스스로 터득한 것을 함께 벗과 토론하는 즐거움을, 제3절은 그런 공부를 통해 덕을 성취한 것을 말한다. 내면에 도덕적 지향이 확립되면 외부의 요인에 의해 일희일비하지 않기 때문에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공자는 군자와 소인을 자주 언급했다. 저자는 “군자와 소인은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 아니다. 그때 그때의 마음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다며, “군자는 공(公)과 의(義)를, 소인은 사(私)와 이(利)를 추구한다. 나 자신에게 이런 점이 있는지를 늘 성찰해야”고 지적한다.

정선 사서/최석기 편역/창비

정치에 대한 공자의 생각은 심플했다. 자로가 정사에 대해 공자에게 묻자, “솔선하고 노력하는 것이다”고 했다. 자로가 더 말씀해주길 청하자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어진 정치란 백성이 스스로 따르도록 솔선하는데 있다는 걸 거듭 말한 것이다.

김기현 전북대 교수가 쓴 ‘주역, 우리 삶을 말하다’(전 2권, 민음사)는 동양의 지혜의 보고인 ‘주역’을 통해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 우리 삶의 방향을 넓은 시각으로 들려준다. 점괘로 알려진 주역은 인생에 적용할 수 있는 책이지만 오경 중에서 가장 어려운 책으로 알려져 있다. 난해한 원문과 특유의 상징,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고 번역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중층적, 다층적 의미를 풀어내려면 웬만한 내공으로는 힘들다. 유교철학자인 김 교수는 3000년전 고대의 한문으로 쓰인 주역을 심도있게 연구해 현대적 사고문법과 생활감각에 맞춰 알기 쉽게 다시 썼다. 무엇보다 64괘를 일일이 현실에 맞게 풀이한 해설이 돋보인다.

가령 소통의 정신을 보여주는 ‘태(泰)’괘의 경우, 땅이 위로, 하늘이 아래로 이뤄진 구조를 하고 있다. 자리가 서로 뒤집힌 형상이다. 대혼란과 파국을 예상할 법 하지만 공자는 오히려 거기에서 소통의 정신을 읽었다.

주역, 우리 삶을 말하다/김기현 지음/민음사

저자는 “양자가 각가 본래의 자리에만 머물러 있으면, 즉 하늘이 위에, 땅이 아래에 있으면 상호 소통이 막힌다”며, 한의학의 식사법을 예로 든다. 한의학에서는 따뜻한 성분의 음식을 먼저 먹고 찬 것을 나중에 먹도록 권하는데, 먼저 먹은 따뜻한 성분이 체내에서 위로 올라오고, 찬 성분이 아래로 내려가 서로 소통해 몸의 조화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주역’은 본래 이론서가 아니라 각종 시공간적 상황을 설정하여 그것에 알맞게 처사하는 지혜를 일러주는 책”이라며, “독자는 각자 당면한 문제에 따라 어느 한두 개의 괘만 읽어도 실생활에 도움을 받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주역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괘의 유기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이를 알고 읽어나가면 자신의 철학과 지혜를 더욱 계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괘효(卦爻)의 의미를 아는게 필요하다. 먼저 괘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부호, 즉 음효와 양효로 조직돼 있다. 이는 세계와 삶에 관한 기본 관념을 표방한다. 저자는 “세상만사는 상반적인 두 힘의 상호 작용에 의해 생성 변화한다는 생각이다. ‘주역’의 괘효는 이러한 음양사상을 자연 현상과 삶의 모든 상황에서 능숙하게, 자유자재로 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첨단 과학의 시대에 왜 사람들은 고전을 더 찾는 것일까. 가속도가 붙은 기술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산업과 경제의 발전이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지만 사람의 관계와 마음, 행동은 더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더욱이 압도적인 외부에 비해 작아지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데 인간 이해의 교과서인 고전은 멀리 볼 수 있는 밝은 눈을 제공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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