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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사냥본능’ 때문에 연세ㆍ고려대생들, 연고전에 열광”
김진국 융합심리학연구소장, 고려대 학보 기고 칼럼서 주장

“수렵생활부터 유전자에 남은 ‘사냥본능’ 때문에 스포츠 생겨”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오는 23∼24일 열리는 연세대와 고려대의 스포츠 대결인 정기 연고전(고려대 주최)을 앞두고 양교생들이 이 행사에 열광하는 이유를 심리적으로 분석한 칼럼이 나왔다. 이 칼럼은 두 대학 학생들이 수렵생활부터 유전자에 남아 온 인간의 ‘사냥본능’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21일 고려대에 따르면 김진국 융합심리학연구소장은 최근 이 대학 학보인 고대신문에 기고한 칼럼 ‘양복 입은 사냥꾼들의 사냥본능 해소하는 멋진 싸움터: 진화심리학으로 풀어보는 정기 고연전’을 통해 “스포츠 경기가 생긴 것은 수렵 생활 당시 인간에 유전자에 남은 ‘사냥본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인류학자 라이오넬 타이거와 로빈 폭스를 인용해 “21세기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도 수렵 생활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사냥본능’을 지닌 ‘양복을 입은 원시인’이며 ‘사냥본능’을 해소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고 역설했다.


인간이 수렵 생활을 할 당시 사냥에 성공했을 때 느낀 쾌감이 여전히 유전자 속에 남아있고, 인간이 스포츠 경기에 격정적으로 반응하는 이유가 이 ‘사냥본능’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렵ㆍ채집경제에서 생산경제로 이행한 신석기 혁명 이후에도 인간이 투우, 투견, 투계 등 유혈 스포츠를 즐긴 것은 ‘사냥본능’을 해소하기 위한 대리만족이라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이와 같은 유혈 스포츠를 순화한 것이 연고전에서 채택하고 있는 구기 종목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 때문에 야생 사냥과 마찬가지로 규칙이 간단하고 신체 동작이 더 격렬한 종목일수록 인기가 높다고 주장했다.

‘문명의 상징’인 도구를 사용하는 야구나 아이스하키보다 직접 손발을 사용하는 농구ㆍ럭비ㆍ축구가 인기가 높고, 그중에서도 덜 정교하고 억센 발을 사용하는 축구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어 축구선수를 사냥꾼에, 축구공을 사냥꾼의 무기에, 골대를 사냥감에, 골키퍼를 ‘궁지에 몰린 들짐승의 방어용 발톱’에 비유한 동물심리학자 데스먼드 모리스를 인용하기도 했다.

연고전 출전 선수들을 지원ㆍ격려하는 대학 당국과 동창회장단, 응원하는 학생들은 사냥을 위해 부족원 전체가 협력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체성이 사라지고 하나가 되는 방전(放電ㆍentladung) 현상이 일어난다고 김 소장은 덧붙였다. 방전은 유태인 노벨상 수상작가 엘리아스 카네티가 저서 ‘군중과 권력’ 말한 개념이다. 카네티에 따르면 방전 현상이 일어나면 군중의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간의 차이를 제거하고 평등을 느끼게 된다.

김 소장은 정기 연고전 기간 벌어지는 음주와 소란 등과 관련해서도 “그날 하루은 조금 ‘오버’해도 좋다. 통음대취(痛飮大醉)도 좋다”며 “도를 넘지 않는 일시적 일탈, 일시적인 난장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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