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들은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라온 사진과 동영상을 근거로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예멘 간 국경도시 나즈란과 예멘 수도 사나에서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들은 사우디아라비아 군이 탱크나 박격포 등 황린을 발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는 미국이 개발한 것으로 확인된 무기도 있었다.
[사진출처=인스타그램] |
황린은 공기 중에 퍼지면 빛을 발하면서 타들어가는 물질로, 밤에 빛을 내는 야광탄이나 전투 중 하얀 연기를 만들어내는 연막탄 용도로 이용된다. 그러나 인체에 닿게 된다면 뼈까지 녹일 정도로 잔인한 무기가 돼 사람을 상대로 사용하는 것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국제법 역시 민간 지역과 명백하게 거리를 둔 지역에서만 황린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해 예멘 내전에 발을 들인 이후 무차별 폭격으로 다수의 민간인을 살상해왔다는 점에서 황린 사용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따르면, 2년여간 치러진 예멘 내전으로 인해 37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살해당했고 280만명 이상이 난민이 됐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사우디가 예멘에서 벌이는 살상행위가 전범 수준이라고까지 평가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이 사우디의 행동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점은 국제인권단체들의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SAM(Security Assistance Monitor)의 보고서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이후 1150억 달러 이상의 무기를 사우디에 판매했다. 이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액수다.
미국 정부는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에 황린을 제공한 바 있으며 SNS에 올라온 무기는 미국에서 제조한 것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언제 얼마만큼의 양을 제공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당국자는 “만약 어떤 나라가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승인되지 않은 목적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면, 이를 바로 잡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며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의 순지브 베리는 “미국은 황린을 예멘 전쟁에서 이용할 수 있는 사우디나 다른 군대에 제공해서는 안된다”며 “사우디에 무기를 판매하는 주요국으로서 미국은 사우디가 예멘에서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전쟁범죄에 연루될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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