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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의 이 장면 & 이 대사] 후발주자 ‘판듀’가 사는 법…양희은x전인권, 유례없는 섭외력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복면가왕’의 성공 전후로 방송가엔 음악예능이 봇물을 이뤘다. 경연에 추리를 더하는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쏟아져 양적 확산에 기여했다. 음치(너의 목소리가 보여)도 찾았고, 일반인과 듀엣(듀엣가요제, 판타스틱 듀오)을 이뤘고, 잊혀진 가수의 노래를 재해석(투유 프로젝트-슈가맨)했다. 모창능력자와도 대결(히든싱어)했다. 복면을 쓴 가수들의 경연은 단연 히트상품이었다.

SBS ‘판타스틱듀오’는 이 가운데에도 후발주자였다. 가수와 일반인이 한 무대를 꾸며 대결한다는 방식은 그간 ‘음악예능’이 선보였던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큰 변별력이 없었다. 


정규편성 이후 22회까지 방영된 현재 ‘판타스틱 듀오’의 독보적인 색깔은 단연 ‘캐스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간대 주말 강자를 지키고 있는 ‘복면가왕’과 맞대결을 벌이며 프로그램은 기존 음악예능에선 볼 수 없던 가수들을 섭외하며 안방을 찾았다.

가수 이선희를 시작으로 윤복희, 김완선, 양희은에 이어 전인권 김흥국까지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설’ 같은 가수들이 단지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자리를 지키는 것과는 방식이 달랐다. 자신의 노래를 혼자 부르고, 선후배 가수들과 함께 부르고, 심지어 일반인과도 무대를 꾸민다. 시청률에서는 일요일 오후 시간대를 선점한 ‘복면가왕’에는 미치지 못 한다. 두 프로그램은 약 5% 가량 격차가 벌어져있다. 하지만 화제성은 뒤지지 않는다. 빅뱅의 태양이 일반인 출연자 ‘리듬깡패’와 함께 꾸민 ‘눈, 코, 입’ 무대는 현재까지 234만 8452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양희은과 악동뮤지션이 함께 한 ‘엄마가 딸에게’ 무대는 134만 5961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전설 같은 무대가 간간히 이어지던 차에 ‘판타스틱 듀오’는 지난 18일 추석특집 방송을 통해 또 한 번 길이 남을 명장면을 연출했다. 음악예능 사상 전에 없던 두 전설이 한 화면에 잡히는 것도 모자라 듀엣 무대까지 선보였다. 포크의 여왕 양희은과 록의 전설 전인권의 무대였다.

두 사람은 동시대에 나란히 활동하며 대중음악사에 각자의 길을 새겼으면서도 함께 방송에 출연한 적이 없다. “듀엣곡을 부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날 방송에서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후배 뮤지션 윤상은 이들의 무대를 자신의 휴대폰 안에 담아놓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떻게 이런 장면이 있을 수 있냐”는 이유에서였다.

전인권은 방송에서 “여자(작가)들이 문자를 보냈다”며 “공짜를 좋아하는데 이모티콘도 줬다”는 말로 출연 이유를 대신했지만, 제작진의 오랜 노력 끝에 섭외가 성사된 ‘전설’이었다.

이날 전인권과 양희은은 ‘상록수’를 함께 불렀다. 1978년 발매, 저항정신이 가사로 묻어나 발표와 동시에 금지곡이 된 비운의 노래다. 이들의 무대 뒤로 40년 전 청년 시절 두 사람의 모습이 영상으로 옮겨진 것 역시 음악예능이 보여줄 수 있는 감동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음악으로 시대정신을 노래한 ‘상록수’를 기교 없이 담백하고 담담하게 불러내려간 전설들의 듀엣에 이날 출연한 김흥국 역시 “현대에도 필요한 노래”라며 극찬했다.

이미 레드오션이 돼버린 음악예능 시장에서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판타스틱 듀오’는 이날 방송에서 전국 기준 7.5%, 수도권 기준 8.2%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전회분(전국 6.5%, 수도권 7.0%)에 비해 전국 기준 1.0% 포인트, 수도권 기준 1.2%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11.9%까지 치솟았다. 김건모와 호흡을 맞춘 김흥국의 무대와 양희은 전인권 무대의 승자를 발표하는 순간이었다. 여세는 한 주 더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전인권은 다음주 방송되는 ’판타스틱 듀오‘에 출연, 후배 가수 윤도현과도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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