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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생 수재들 세계 최고 ‘로봇 프로그래머’ 꿈꾼다
전국기능경기대회 모바일 르포
모바일로보틱스·메카트로닉스 경연…
삼성전자 후원…세계대회 출전 자격
지역대표 1916명, 49개 직종서 자웅


짧은 스포츠 머리, 또는 부시시한 더벅머리에 티셔츠,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 앳된 고등학생 그 자체다. 하지만 무대 위에 올라 심사를 받는 순간에는 말 하나, 손짓 하나 모두 국가대표 모습이다. 스마트폰을 보며 친구들과 떠들던 관람석의 응원온 친구들도, 이 때 만큼은 숨을 죽였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평화의 공원에서 열린 제 51회 전국기능경기대회 모바일로보틱스 경연장의 풍경이다.

아침일찍 경연장에 모여 그날의 과제를 받고 점심 식사도 도시락으로 대신하며 약 3시간 가량 로봇을 제아하는 프로그램을 짠 100여명 학생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심사 시작 전 화장실을 다녀오라는 대회 진행자의 안내에도, 자리를 뜨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동안 갈고 닦은 로봇과 프로그래밍 실력을 인정 받는 자리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해 세계 기능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까지 얻을 수 있는 전국기능대회라는 무대가 주는 중압감이다.

이번 대회를 후원하고 있는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생 단 한번 뿐인 기회”라는 말로 어린 학생들의 진지함을 설명했다. 종목별로 만 21세에서 23세로 나이 제한이 있는 기능대회 특성상, 재수는 사실상 없다는 의미다.

모바일로보틱스 경연장에서 약 3시간 가량 로봇을 제아하는 프로그램을 짠 100여명 학생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2인 1조로 팀을 구성, 참가하는 모바일로보틱스 경기는 2007년도부터 국제기능경기대회에 공식 종목으로 편입된 비교적 신생 종목이다. 로봇이 제한된 시간 내 배달이나 게임, 이동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C언어를 활용해 프로그래밍을 한다.

이들의 선배이자, 국제대회 수상자이기도 한 공정표 삼성전자 기능올림픽훈련센터 사원은 “이번 대회에서 공개된 과제들의 난의도가 매우 높아, 그 어느 때보다 주워진 시간을 준수하는게 성적에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의 수준 역시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로봇 강국, 소프트웨어 강국이란 말이 그냥 나오는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많은 고등학생들이 여전히 대학 입시에 빠져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로봇과 씨름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 또한 적지 않고, 이들이 모여 세계기능올림픽 모바일로보틱스 4연패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는 자부심이다.

실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이미 각 지역별 대회 예선에서 3위권 이내 입상하는 성적을 거뒀다. 이런 전국의 기능 수재들이 모여 또 다시 1, 2등을 뽑고, 이들은 다시 지난대회 우승, 준우승 팀과 겨뤄 내년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에 참가하는 최종 두 팀을 가리게 된다. 국제기능올림픽 단골 1등 국가인 대한민국의 실력은, 이 처럼 치열한 경쟁과 공정하고 투명한 선발 과정, 여기에 선후배들과 많은 기업,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같은 시간 옆 건물 메카트로닉스 경연장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3일간 자동화 생산라인을 조립하고, 또 이를 제어하는 프로그래밍까지 완성해야 하는 메카트로닉스 경연장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최신식 공장을 축소해 옮겨논 듯한 모습이였다. 40여개 참가팀들이 만든 생산라인 모형에서는 붉은색, 검은색 물체들이 정확한 시간과 간격으로 라인 이곳저곳을 이동하고 있었다. 마치 최신 가전제품 공장 모형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전국에서 모인 각 지역 대표선수 1916명이 49개 직종에서 실력을 겨루고 있는 대회장에는 일반 학생들의 참관도 이어졌다. 중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주류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선배들의 땀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또 관람객들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체험 부스에서 제빵부터 로봇과 드론 제작 등을 직접 체험하며 기능에 대해 새롭게 배워가고 있었다.

현장에서 선수들, 또 관람객들을 지원하고 있는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 기능인이 될 중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특히 많다”며 “특히 과거 국제대회 입상자들이 직접 이들에게 설명해주는 모습에 해외에서 온 관계자들도 놀라며 부러워 하고 있다”고 기능 강국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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