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청담동 주식부자 띄워준… 증권방송도 檢 수사대상에
유사투자자문사를 운용하며 1000여명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불법 유사수신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희진(30) 씨와 관련해 그를 ‘주식 전문가’로 소개하며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증권방송도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가 주변 관계자로 확대되면서 수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7일 이 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서울남부지법까지 찾아온 피해자 김모(44) 씨는 “주식하는 사람은 모두 찾아본다는 케이블 방송과 신문에서 ‘장외주식 전문가’라고 나오며 특정 종목을 말해주니 안믿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이 씨도 원망스럽지만, 이 씨를 띄워 준 방송사가 더 원망스럽다”고 했다.

실제로 이 씨는 지난 2012년 8월부터 최근까지 한 증권방송에서 ‘장외주식 전문가’로 활동하며 ‘대박천국’, ‘장외주식4989’ 등 장외주식 투자 전문가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 씨는 방송에서 특정 종목을 언급하며 “내 말대로 지금 주식을 사두면 나중에 10배 이상 확실히 오른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씨는 이를 바탕으로 각종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에도 출연해 이름을 알리며 자신의 유사 투자자문사를 홍보해왔다. 이 씨는 지난 4월까지 해당 증권방송의 자매지에서 ‘이희진의 장외주식 바로 알기’라는 연재까지 진행하며 자신의 투자기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이 씨가 신문과 방송에서 자주 언급했던 ‘장외주식4989’란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는 실제 이희진 씨가 대표로 있는 ‘미라클인베스트먼트’가 소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는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장외주식 시세를 보여주며 “내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장외주식을 구입했다”며 “지금 투자하면 큰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가 이 씨의 소유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불법 논란이 일었고, 이 씨는 해당 사이트를 자신이 출연했던 증권방송사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매각 후에도 한동안 업체 주소와 전화번호가 ‘미라클인베스트먼트’로 돼있었다며 해당 내용을 고발장에 포함했다. 검찰은 과거 이 씨가 해당 사이트를 언급하며 투자자들에게 비싸게 장외주식을 판매하고 부당이득을 챙긴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씨가 방송에 자주 출연하며 주식 투자자로 소개된 데에 대해 피해자들은 방송사의 책임도 크다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봉준 이희진 피해자 모임 대표는 “피해자 대부분이 유명 증권방송에 나온 이 씨를 믿고 투자를 했었다”며 “이희진과 방송국의 관계를 검찰이 밝혀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검찰은 이미 해당 방송국의 책임프로듀서(CP) 등 방송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소환조사에서 이 씨가 해당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씨 형제가 이미 구속된 만큼 주변 관계자에 대한 조사도 계속할 방침”이라고 했다.

검찰이 방송국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하는 등 관련자 수사를 이어가고 있어 향후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커졌다. 피해자 모임을 대리하는 김남홍 변호사(법무법인 소명)는 “지난 8일 피해자들과 만나 이 씨 형제 구속 이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며 “해당 방송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향후 수사 방향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