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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흥즐기던 그들 배신 그리고 폭로 고교동창 3인방의 ‘엇갈린 우정’
김형준·사업가 김씨·김씨회사대표
식사·술마시며 돈독한 관계
김 부장검사 잇단 노골적 요구
고소전 휘말리며 이전투구



시작은 고등학교 동창들의 흔한 만남이었다. 서울 지역 모 고교를 졸업한 이들은 20여년이 지나 한 명은 사업가가 돼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증권가를 호령하는 대한민국 검사로 이름을 떨쳤다. 학생때 한명은 전교회장이었고, 다른 한명은 반장이었다.

게임기 유통업체 J사를 운영했던 사업가 김모 씨와 김형준(46ㆍ사법연수원 25기) 부장검사는 그렇게 고교 동창이라는 명분으로 만나 ‘돈독한 우정’을 나눴다. 특히나 ‘검사 친구’라는 인맥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김 씨는 김 부장검사에게 식사와 술을 접대하고 함께 유흥을 즐기며 적극적으로 관계를 유지했다. ‘스폰서 검사’라는 오명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또 다른 고교 동창 한모 씨도 얽혀 있었다. 김 씨 회사의 대표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한 씨까지 합류하면서 고교 동창 3인방은 한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했다.

8일 법조계 안팎에 따르면, 친구의 향응에 익숙해진 김 부장검사는 중국에서 IT기기를 수입하던 김 씨에게 어느날 ‘블루투스 스피커와 무선 이어폰 몇개를 사무실로 좀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날렸다. 김 씨는 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김 부장검사의 요구는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김 부장검사는 내연녀의 생일선물로 오피스텔을 해주고 싶다며 김 씨에게 임차료 부담을 요구했고, 올 2~3월에는 차명계좌로 현금 송금까지 부탁했다. 김 씨는 친구의 요구에 순순히 응했다.

그러나 김 씨가 김 부장검사에게 제공한 각종 편의와 접대는 ‘공짜’가 아니었다. 올해 3월부터 김 씨는 사업 문제로 위기에 몰리기 시작했다. 국내 거래처로부터 사기 혐의로 피소된 데 이어 급기야 자신이 ‘바지 사장’으로 내세웠던 친구 한 씨와도 고소전에 휘말렸다.

김 씨는 곧바로 김 부장검사에게 손을 뻗어 자신의 고소 사건 무마를 부탁했다. 그동안 김 부장검사에게 제공한 향응과 각종 접대 기록이 일종의 ‘무기’가 됐다. 김 씨에게 김 부장검사는 사실상 ‘보험용’이었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 진경준 검사장이 대학 동창 김정주 넥슨 회장으로부터 주식과 자동차, 여행경비 등을 공짜로 제공받아 한창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었다.

김 부장검사는 김 씨 사건을 담당한 서울서부지검 수사 검사들과 식사 자리를 갖고 사건 무마에 나섰다. 김 씨의 부탁은 김 부장검사에게 점점 ‘압박’이 됐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김 씨와의 ‘검은 거래’가 탄로날 것을 우려했던 김 부장검사는 김 씨에게 ‘나와의 관계를 숨겨 달라’, ‘(알려지면)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변호사 등록도 못한다’며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 초조해진 김 부장검사는 김 씨에게 증거인멸까지 지시했다.

그러나 지난달 하순 김 씨는 자신에게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모든 것을 터뜨리기로 작정했다. 도피 생활을 하던 김 씨의 제보로 결국 ‘스폰서 부장검사’의 전말이 세상에 알려졌다.

술 자리에서 어울리며 우정을 다졌던 고교 동창은 위기에 몰리자 각자 본색을 드러냈고, 개혁을 다짐했던 검찰도 뒤늦은 감찰로 또 한번 한계를 보였다.

친구와 함께 대검찰청의 감찰을 받게 된 김 씨는 여전히 또 다른 ‘스폰서 검사’가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드러난 ‘스폰서 검사’ 사태는 아직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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