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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회색문헌’외 다이제스트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강영숙 소설집 ‘회색문헌’(강영숙 지음,문학과지성사)=강영숙의 다섯번째 소설집. 현대인의 일상을 파고드는 불안과 파국의 미세 균열을 예리하게 짚어내온 작가가 지난 수년간 발표한 8편의 소설을 묶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삶의 의미가 와해되는 경험을 맞닥뜨리고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경계에 선 인물들이다. ‘불치(不治)’의 진욱은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될 만큼 늘 공격적으로 일하던 은행원. 그는 대출을 받으러 온 수연과 연인이 되었다가 헤어진 뒤 귀향한다. ‘해명’의 리리는 일본인으로 대지진 트라우마가 있다. 깊은 잠을 잘 수 없어 오직 푹 자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검은 웅덩이’에서 25년동안 일하던 직장에서 퇴직한 정연은 한 무리의 사람들과 술을 마신 뒤 졸다가 지하철 막차에 갇히게 된다. 주인공들이 도착한 곳은 그들이 바라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고향은 알아볼 수 없는 장소가 됐고, 이방인에게 서울 북촌은 그의 바람과 다르다. 잘못 들어선 골목길과 지하철 막차 칸에서 그들은 여전한 혼란에 맞닥뜨리게 된다.

아프리카 아이덴티티(앤드류 심슨 지음, 김현권 김학수 옮김, 지식의날개)=현대 아프리카의 다양한 언어와 정치상황을 거시적, 언어사회학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54개국 약 12억명의 인구와 약 2000개의 토착어가 있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영어나 불어 등을 공용어로 쓰고 있다. 19세기와 20세기에 걸친 식민시대에 식민통치를 위해 도입한 영어와 불어 등 서구 언어가 1960년대 독립 이후에도 여전히 여러나라에서 주요 공용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토착어로는 서구의 과학 문명을 지속적으로 따라가기 어렵고 서구언어가 종족상으로는 중립적이어서 주민을 통합하기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서구어 구사능력은 좋은 직업에 접근할 수 있는 열괴가 돼 지위상승의 도구로 작용하기도 한다. 언어의 비중에 따라 그 영향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 아프리카 출신 학자들이 쓴 책 답게 아프리카 사회의 속내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자유의 기술(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은행나무)=행복한 삶의 제일의 조건으로 언급되는 자유에 관한 명쾌한 통찰을 보여주는 책. 철학자이자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작가이기도 한 페터 비에리는 우리를 제약하는 여러 조건들 속에서 자유로운 삶이란 스스로 의지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생각없이 사건을 당하는 대로 흘려보내거나 도박이나 알코올 중독, 감정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상상해보고 숙고하는 것이다. 의지의 자유가 가장 근본적인 자유라는 얘기다. 저자는 흔히 무조건적 자유가 진정한 자유라는 주장을 반박하며 조건적 자유만이 진정한 자유임을 일깨운다. 저마다 기질과 상황이 다른 조건 속에서만이 나만의 의지라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책은 또한 우리가 얻어낸 조건적 의지의 자유를 실행하기 위한 조언을 담고 있다. 성공에 대한 강박 때문에 미래에 현재를 저당 잡힌 성공 제일주의자처럼 부자유한 줄 모르고 스쳐 보내는 현재를 어떻게 하면 주인으로 살 수 있는지 들려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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