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그냥 원두를 볶은 뒤 그라인더에 갈아 내리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전문가들에 따르면 커피는 무척 섬세한 식품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키워 한꺼번에 로스팅(커피 볶기)을 거친 원두라도 어떻게 가느냐, 어떤 물을 붓느냐, 또 어떤 온도의 물을 사용하느냐 등에 따라 그 맛이 다종다양합니다. 유통ㆍ식음료 업계에서 섬세한 손길과 해박한 지식을 가진 커피 전문가를 유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이유지요.
또 같은 이유로 단 한 잔의 커피 만으로 바리스타의 실력을 단정짓긴 어렵습니다. 유명 바리스타라고 해서 찾아갔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맛에 실망하신 경우가 적지 않지요? 대중의 평가가 갈리는 데에는 입맛과 취향의 차이도 있지만 그 날 그 날 다른 바리스타의 컨디션이 한 몫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여러 번 마셔보고 평가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물론 프로의 조건 중 하나는 일정한 결과물이겠지만요.
그렇다면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변수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맛을 결정하는 변수들은 셀 수 없이 많고, 또 세분화 하면 손에 꼽기도 힘들지만, 크게 4가지만 꼽자면 △배전도 △분쇄도 △물 △온도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 |
▶ 분쇄도= 원두를 그라인더에서 어떻게 얼마나 갈았느냐를 의미합니다. 분쇄된 정도에 따라 커피의 맛도 좌우가 되는데요. 굵게 간 원두는 곱게 간 원두보다 물이 더 빠르게 배출되기 때문에 물과 접촉할 시간이 적어 신맛이 더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일단 커피를 내려 마셔봤는데 신맛이 강하다면 원두를 좀 더 곱게 갈아 신맛을 잡을 수도 있겠죠. 같은 이유로 원두량이 적으면 물과 닿는 시간이 줄어 신맛이 강해지게 됩니다.
또 얼마나 균등하게 분쇄돼 있느냐도 중요한데요. 분쇄의 균일함이 커피 맛의 균일함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 물= 커피를 내리는 데 물의 중요성은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물이 커피 맛의 90% 이상을 좌우한다고 할 정도지요. 이유인 즉, 같은 원두라도 극단적으로 ‘삼다수’를 이용하느냐, ‘수돗물’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탓입니다.
이는 물의 총 용해성물질(TDS)와 관계가 있는데요. TDS는 무기질 함량을 뜻합니다.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SCAA)는 커피를 내릴 때 TDS의 정도를 75-250ppm으로 기준으로 제시하고, 이 범위를 벗어난 물은 커핑에 사용하기 부적합한 물이라 보고 있죠.
▶ 온도= 아울러 물의 온도도 중요합니다. 이상적인 온도는 90.5~96℃ 가량입니다. 거칠게 그라인딩 된 커피의 경우엔 높은 온도에서 추출하는 게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온도가 낮으면 신맛이 강해지고, 높으면 쓴맛이 강해지니, 신맛이 더 강한 거친 원두를 뜨거운 온도로 잡아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커피가 뜨거운 물에 얼마나 노출되느냐도 변수인데요. 접촉 시간이 너무 짧으면 나무와 같은 맛이 나기 때문에 일단은 커피 양의 18~22% 정도를 기준으로 추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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