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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현 취임 한 달, ‘우려 반 기대 반’ 현장정치의 딜레마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취임 한 달째를 맞이한 이정현호(號) 새누리당에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혁신을 향한 장밋빛 기대감이 충만하던 전당대회 직후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다. 이 대표가 ‘현장정치ㆍ바닥 정치’ 강화에 당력 대부분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집권당의 가치판단은 희미해지고 있어서다.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현장방문이 사실상 성과없는 ‘홍보잔치’가 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사진=8일 취임 31일째를 맞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 취임 이후 새누리당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폐지 ▷현장방문 급증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이 대표가 취임 이후 개별적으로 찾은 민생현장과 주요기관만 10여 곳에 이른다. 8ㆍ9 전당대회 직후 광복절 기념식과 야당 지도부 예방 등의 공식일정이 줄을 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하루도 쉬지 않고 현장을 둘러본 것이다. 지난달 28일, 일요일임에도 불쑥 마포 소방서와 관악경찰서 봉천지구대를 불쑥 방문해 ‘비품 구입비 부족현상’ 등을 점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따라 정진석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각 상임위원회의 위원장ㆍ간사들의 현장간담회도 반번해졌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일선 경찰관과의 간담회를 진행했고, 당 정책위원회 산하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전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를 찾아 ‘친환경차를 통한 미세먼지 해결책’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특히, 소속의원 129명을 2~3명 단위로 나눠 전국 방방곡곡에 파견하는 ‘경청 투어 상시화’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처럼 듣고, 여당처럼 일하는’ 문화를 당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문제는 민생ㆍ현장으로 대변되는 ‘미시정치’가 강화되는 가운데, 주요 국정 현안의 방향을 제시하는 ‘거시정치’가 희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당내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퇴진 여론이 힘을 얻는 와중에도 이 대표는 철저한 ‘함구’로 일관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에 대해 “당청관계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새누리당이) 집권 여당이지만 행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청와대의 행정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보다 배가한 민원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당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역풍’ 우려도 나온다. 지도부의 현장 행보와 대화 내용이 실시간으로 홍보(보도자료 배포)되는 가운데, 정책 대안 마련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 ‘보여주기식 정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비박(非박근혜)계 한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만나 “정치권에는 ‘당선을 돕겠다’는 말은 믿을 수 없어도, ‘당선을 막겠다’는 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며 “현장민원 처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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