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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누가 ‘다짐’만 하라고 했나?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대법원장이 고개를 숙였다. 도미노성 판사 비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참담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법원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를 의식하고, 신뢰를 회복키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대국민사과 후엔 전국 법원장을 불러놓고 긴급회의를 했다. 표정엔 한결같이 ‘비장함’이 묻어나왔다.

국민들은 특단책을 바랐다. 사법부에 대한 마지막 끈을 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라톤회의 끝에 나온 대책은 알맹이가 없었다. 비위법관 징계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였지만, 이전에 내놨었던 방안에 비해 획기적인 내용은 없었다는 게 전체적인 평가다.

비리 예방 차원에서 감사인력을 늘려 법관 비리를 상시 감찰하고, 법관 연임심사 때는 재산 변동 내역을 집중 검토하는 안도 포함됐고, 윤리강령 개정 등 진일보한 부분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엔 미흡했다는 의견이 강하다.

국민들은 법원장회의를 거쳐 나온 대책이 ‘다짐’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커 보인다.

예전의 기억과 관련이 크다. 사법부는 법조비리가 발생할 때마다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헛구호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997년 의정부법조비리 이후 변호사가 사사롭게 판사실에 드나드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했지만, 전관변호사가 낀 대형 법조비리 사건은 되풀이됐다. 친분있는 변호사의 사건은 재배당하도록 윤리 강령에 규정했지만, 함께 해외여행까지 다녀온 정운호 씨의 사건을 판결하는 김모 부장판사의 사례를 막지 못했다.

사법부는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 보인다. 일부 법관의 탐욕, 이기심을 벗고 진정한 ‘정의 수호자’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당면한 비리부터 확실히 징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비리가 불거질때마다 ‘제식구 감싸기’ 오명을 썼던 법원의 구태에서 탈출해야 한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전국 법원장은 6일 회의를 통해 10여개의 대책을 내놨다. 비판여론 무마용으로 내놓은 ‘백화점식’ 대책으로 끝나지 않고, 환골탈태의 실행력을 보여줬으면 한다. 사법부가 ‘양치기 소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대법원장의 대국민사과는 세번이 아니라 네번, 다섯번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면 불행한 이는 결국 국민이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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