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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하는 정상과는 대화 안해”…오바마, 두테르테와의 회담 취소
대신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하기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욕설을 퍼부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신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한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6일 오바마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양자회담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부터 라오스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에 두테르테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었다.

미ㆍ필리핀 정상회담이 취소된 것은 전날 두테르테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거친 욕설을 했기 때문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만일 정상회담에서 사법 절차에 따르지 않는 사형에 대해 언급한다면 “‘개XX’라고 욕해주겠다”고 말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6월 취임한 이후 필리핀에서는 2000명 넘게 재판을 받지 않고 사형을 당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미ㆍ필리핀 정상회담이 열리면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은 미국의 속국이 아니다”라며 욕설을 포함한 거친 발언으로 대꾸했다.

이번 미ㆍ필리핀 정상회담 취소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앞다퉈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기드문 외교관계 단절”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취소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획했지만, 미 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활동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으로 이를 취소했다. 러시아가 스노든에게 임시 망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중국의 남중국해 지배 공고화 등으로 미-필리핀의 관계가 결정적인 시기에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베니그노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시절에 미ㆍ필리핀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 군사 협조를 강화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같은 전략에 의문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중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앞서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의 인권 문제를 지적한 유엔에 대해서도 욕설을 퍼부었으며, 유엔 탈퇴를 운운하기도 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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