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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고마운 아저씨, Mr. 트럼프
미국 대선 레이스가 재미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기이한 언행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불법이민자들을 강제 추방하겠다더니 급기야 라이벌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도 추방하겠다고 공언했다. 더 신기한 것은 트럼프가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대선이 오는 11월 8일이니까 6일로 D-64일이면 막판 레이스에 접어든 셈인데 지지율 간격이 간발의 차다.

이런 트럼프가 연일 한미FTA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통상동향 브리핑 자료에서 미 헤리티지 재단 보고서를 인용, 트럼프의 인식이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한미FTA가 미국에 불리하게 체결돼 150억 달러의 적자를 안겼고, 이로 인해 10만개의 일자리가 날아갔다며 ‘잡 킬링 딜(job killing deal)’이라는 표현으로 공분을 부추긴다. 이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한미 FTA 협상 당시 협정이 체결되면 미국에 7만개의 일자리(무역고용계수 상 15만달러 당 1명)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을 근거로 했다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분명 잘못된 셈법이라고 비판했다. 친(親)공화당 단체인 헤리티지재단도 WP를 인용, 트럼프는 [상품 수출액 증가(+)]-[고용(+)]간 상관관계에 관한 백악관 발표에 사용된 산식을 [상품수지적자(-)]-[일자리 감소(-)]에 잘못 적용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헤리티지는 한미 FTA는 약속대로 잘 작동해 왔으며, 2011년 이후 5년간 미국의 대한 자동차 수출액은 200%나 증가했고, 서비스 흑자는 2012년 3월 이후 35%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2015년 미국 내에서 3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여러모로 클린턴 후보는 운이 좋다. 유력 언론이 두팔 걷어 거들고, 사실상 상대 진영 씽크탱크가 앞장서 편드니 말이다. 따져보면, 미국 역사상 같은 당이 연이어 집권한 적이 없다. 민주당의 반복되는 집권에 미국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감안하면 웬만한 후보를 내놓아도 무난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클린턴이 여전히 앞서는 것은 ‘막말 트럼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현지 언론들은 클린턴 스피치의 펀치라인(박수를 유도하는 결정적 단어나 제스처)이 거친 트럼프의 입을 정조준 하는 순간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의 FTA 행보를 그다지 염려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대선후보가 유세 연설의 귀한 소재로 삼는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레토릭을 역이용하면, 한미 FTA는 오히려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더 키울 수 있다.

트럼프가 한미FTA를 문제 삼으면 삼을수록 미국 오피니언 리더들의 반론은 더 공고해지고, 결국 미국 여론시장에서의 긍정적인 이해도 넓어지게 된다. 그의 주장과 달리 한미 FTA가 ‘잡 크리에이팅 딜(일자리 창출 협상)’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더 알릴 수 있다면 우리에겐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도 참 ‘고마운 아저씨’ 아닌가.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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