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9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자리에 나선 이는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이었는데요. 고 사장은 “원인 분석 결과 배터리 셀 자체 이슈로 확인됐다”며 “구입 시기와 상관없이 갤럭시노트7 신제품으로 교환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헤럴드경제 |
이는 당초 배터리 교체 형식의 리콜을 전망하던 관련 업계의 예상을 완전히 엎은 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100만대 이상이 팔린 제품이기에, 비용적 부분에서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컸었죠.
여기에 삼성전자는 교환은 물론, 갤럭시노트7을 원치않는 소비자들은 환불도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고 사장은 법적으로 보장된 환불기간(14일) 외에 이동통신사와 협의해 환불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초강수를 둔 이유는 이번 문제가 다름아닌 품질, 그리고 고객의 안전과 연관됐기 때문이라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의 불량 수준은 100만대 중 24대. 0.0024%인데요. 어떻게보면 극히 일부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지만, 전체 물량 모두를 교환, 환불하는 이유가 바로 고객의 안전 때문이란 것 입니다.
고 사장은 “비용적 부분에서 마음 아플 정도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결정 내린 것은 첫째 중요한 것은 고객의 안전”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사람이 다치는 사고는 없었으나 그것이 어쩌다 발생할 수도 있고, 예약판매를 통한 고객들을 생각했을 때 단순히 배터리 교체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임직원들과의 토론을 통해 고객 안전과 만족으로 응대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죠.
그의 말대로 삼성전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적인 측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교환이나 환불을 해야할 제품 1대당 100만원으로만 잡아도 1조원의 비용이 들죠. 여기에 교환, 환불에 들어가는 절차적 비용을 따지만 수백억원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이번 조치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욱 클 수 있습니다. 바로 고객의 신뢰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기업브랜드 평가를 담당하는 한 전문가는 이번 삼성전자의 결정에 대해 “유형의 돈을 포기하고, 무형의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그 무형의 가치는 당장 지불해야 할 1조원이 넘는 돈보다 더욱 크게 삼성전자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전문가의 말대로 기업에게 신뢰란 가치는 무형, 즉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잃어버린 기업은 고객의 외면을 받고, 결국 시장에서 힘을 잃게 됩니다.
제품의 매출은 물론, 주식의 하락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도 하죠. 일본의 한 원유업체는 제품을 먹은 소비자들이 식중독에 걸렸지만,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며 판매를 계속하다가 이후 정부의 조사에서 식중독 균이 검출돼 역풍을 맞았습니다.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에 나섰고, 결국 이 업체는 문을 닫았습니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신뢰를 저버렸다가 더 큰 것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이처럼 소비자들과 기업의 신뢰는, 특히 글로벌 기업에게 더욱 중요합니다. 단순히 제품의 성능이 아닌,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점이 삼성전자가 결단을 내린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피해를 감수하고,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문제에 대한 책임과,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해야한다고 결정을 한 것이죠.
물론 이번 사태를 통해 당분간 삼성전자는 조직 내ㆍ외부적으로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은 삼성전자가 고객들에게 보여줬던 신뢰와 책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tig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