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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격호회장 ‘한정후견’결정…신동주 설땅 좁아졌다
법원 “판단력에 문제있다”
아버지 뜻 후계자 주장
신 前부회장 설득력 잃어



법원이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해 한정후견 개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그룹 경영권 다툼에서 “아버지가 나를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주장해온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으로선 결정적인 부정적 요소가 등장한 셈이다.

다만 ‘한정후견’이란 ‘성년후견’과 달리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일부는 온전하다고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신 전 부회장에게 반박 여지는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1일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김성우 판사)은 신 총괄회장에 대해 한정 후견 개시를 결정하면서,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다툼의 ‘명분’을 잃게 됐다. 지난해 7월 27일 이후 이어진 경영권 다툼에서 신 전 부회장은 줄곧 ‘아버지의 뜻’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법원이 ‘한정후견’ 결정으로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공인한 이상,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은 힘을 잃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아울러 신 전 부회장은 한ㆍ일 법원에서 진행 중인 각종 소송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우선 일본에서 진행중인 ‘광윤사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 취소 소송’부터 패소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근거로 롯데홀딩스 최대주주(28.1%)인 광윤사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광윤사 등기이사에서 해임하고, 신 총괄회장의 주식 1주를 넘겨받아 광윤사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만큼 주총의 근거가 된 위임장은 무효”라며 일본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조계에서는 한국 법원이 이번 한정 후견 결정을 통해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온전치 않다고 인정한만큼, 일본 법원에서도 위임장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이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광윤사 최대주주 및 대표의 자리를 잃게 돼 사실상 롯데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다만 신 총괄회장에게 ‘성년 후견’이 아닌 ‘한정후견’이 내려졌다는 점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행 민법에서는 ‘한정후견’을 ‘질병ㆍ노령ㆍ장애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 일부에 대해 후견인이 돕는 제도’로 규정하고 있다.

뇌사 상태 등 지속적으로 판단력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성년후견이 내려지며, 한정후견은 일시적으로는 정신이 돌아오기도 하는 등 일부 사무처리에만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뜻한다. 이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 상태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태’는 아니라는 판단과 결부돼 있어 경영권 분쟁이 종식될 지는 미지수다.

한정 후견 결정이 확정되면, 신 전 부회장ㆍ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으로 나뉘어 대립하던 경영권 분쟁 구도에는 일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현재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 측의 보호를 받으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집무실에 머물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친필 서명이 담긴 ‘통고서’에 따라 롯데그룹의 접근은 금지된 상태다.

그러나 후견 결정이 확정되면 신 총괄회장의 신변보호 및 재산관리를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 후견인인 ‘사단법인 선’(대표 이태운 전 서울고법원장)이 맡게 된다. 신 총괄회장이 당초 거처에 머무르거나 재산관리를 하기 위해서도 사단법인 ‘선’의 동의가 필요해진다. ‘선’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원이 공익활동을 위해 설립한 사단법인으로, 대표인 이태운 서울고법원장은 법무법인 원의 대표변호사와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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