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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1세대 실험미술을 다시 보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한국 실험미술 1세대 원로작가들의 개인전이 8월 30일부터 10월 16일까지 서울 북촌에서 동시에 열린다. 김구림(80)과 이건용(74)이다. 아라리오갤러리(종로구 소격동)는 김구림의 개인전 ‘삶과 죽음의 흔적’을, 갤러리현대(종로구 사간동)는 이건용의 개인전 ‘이벤트-로지컬’을 개최한다. 김구림 작가는 대형 설치작업과 조각 신작 7점을, 이건용 작가는 1970년대 했던 퍼포먼스를 재연하고, 퍼포먼스 관련 드로잉, 사진, 설치작업 20여점을 각각 선보인다.

▶김구림 ‘삶과 죽음의 흔적’=김구림 작가는 1950년대 후반부터 미술, 연극, 영화, 음악을 비롯해 현대무용 연출이나 무대미술까지 다양한 예술 영역을 넘나들며 전방위적으로 활동해 왔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0주년 기념 전시에서도 과거 자신의 퍼포먼스를 직접 재연할 정도로, 여든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장 지하 1층에 설치된 김구림 작가의 신작 ‘Yin and Yang 15 S 45’, 혼합매체 가변설치.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이번 전시에서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신작들을 놨다. 사회적 재앙을 모티브로 삶과 죽음의 보편적 진실을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전시장 1층에서는 무덤같은 흙무더기 속에 인체 파편을 연상케 하는 조각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설치 작품이 맨 먼저 관람객들을 맞이 한다. 화석처럼 변해버린 해골이나 신체의 파편적인 이미지들 같은, 김구림 작업의 주요 모티브들이 신작에서도 반복됐다. 
전시장 1층에 설치된 김구림 작가의 신작 ‘Yin and Yang 16 S 55’, 혼합매체 가변설치.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특히 지하 1층 공간 전체를 차지한 ‘음양-배’는 해변으로 떠밀려 온 시리아 난민 아이의 비극을 기록한 작품이다. 갤러리 바닥을 파고 이른바 ‘지하계’를 만든 후, 구름이 떠 있는 푸른 하늘의 정경을 바닥의 금속판에 투사했다. 공간 한 가운데에는 모터보트가 떠 있고, 그 안에 죽은 아이의 유골을 형상화한 조각이 있다. 존엄성을 위협받은 인간의 모습과, 지독히도 평화로운 하늘의 무심한 정경이 대칭을 이루며 비극을 극대화한다.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대부분의 작품들은 명료한 메시지로 즉각적인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이에 대해 김구림 작가는 “현대미술을 어렵게 만드는 작가들이 많다. 누구나 보고 쉽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현대미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건용 작가의 드로잉 설치 전경. [갤러리현대]

▶이건용 ‘이벤트-로지컬’=이건용 작가는 1970년대 한국 행위미술(퍼포먼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추상미술 일색의 한국 미술계에서 ‘동일면적’(1975) 등과 같은 행위미술 작품 40여점을 5년에 걸쳐 발표했다.

전시 제목인 ‘이벤트-로지컬’은 1970년대 첫 선을 보였던 퍼포먼스이자, 이건용 작가가 자신의 행위미술을 지칭해 온 용어다. 작가는 초기 행위미술을 ‘이벤트’로 부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벤트-로지컬’로 부르기 시작했다. 1970년대 한국 사회의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인 태도들에 대한 일종의 처방으로써 논리, 혹은 논리적인 것을 제시한 것.

이벤트(Event)와 로직(Logic)은 상반되는 개념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비트겐슈타인, 노장사상 등 동서양 철학에 심취했던 이건용 작가는 한국 근대화의 시기이자 분노와 비이성의 시기, 일종의 처방으로써 논리, 혹은 논리적인 것을 제시했다.

그는 “예술에는 상반되는 두 가지 요소가 공존하고 있다. 예술 안에 로직이 없다면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다. 비트겐슈타인은 관념주의 철학과 형이상학 철학을 ‘로직’을 통해 치료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장소의 논리’(촬영 1975년 인화 1970대), 젤라틴 실버 프린트 [사진제공=갤러리현대]

이번 전시는 작가의 예술적 전성기로 꼽히는 1970년대 행위미술을 키워드로 했다. 이벤트-로지컬 퍼포먼스 중 ‘동일면적’, ‘건빵먹기’(1975), ‘장소의 논리’(1975), ‘달팽이 걸음’(1979), ‘신체드로잉’(1979) 같은 대표작들을 선별해 직접 재연하고, 이와 관련된 드로잉과 기록사진 자료, 작품들을 다시 선보인다. “신체는 예술의 매체에서 가장 중요하다. 특히 작가의 신체는 가장 탁월하고 가장 직접적인 매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해왔던 작가가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예술적 소통을 추구했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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