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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아빠는 처음이야3]육아휴직이 필요한 진짜 이유, ‘이해’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육아휴직 경험기도 아닙니다. 전문적인 지식도 없죠. 24개월 아이를 둔 30대 중반, 그저 이 시대 평범한 초보아빠입니다. 여전히 내 인생조차 확신 없으면서도 남편, 아버지로의 무게감에 때론 어른스레 마음을 다잡고, 또 때론 훌쩍 떠나고 싶은, 그저 이 시대 평범한 초보아빠입니다. 위로받고 싶습니다. 위로 되고 싶습니다. 나만, 당신만 그렇지 않음을 공감하고 싶습니다. 이 글은 그런 뻔하디 뻔한 이야기입니다.>

운이 좋게도, 혹은 인생이 꼬였는지 한때 ‘육아휴직 체험판’을 겪을 수 있었다. 아이가 갓 태어나고서 두 달 남짓. 혹자는 일 년씩 남편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나, 너도 알고 나도 안다. 누군가는 쓰지만 내 몫은 아니다. 개인사이지만, 두 달의 시간을 얻어내기까지 내 인생에서 다신 겪고 싶지 않을 고민과 고민을 감내해야 했다. 그래도, 여전히 돌이켜보면 그만한 값어치는 있다.

그 경험이 특별한 건 뭔가 아내에게 대단한 도움을 줬기 때문이 아니다. 언론계는 물론 세상사가 다 그렇다. 숙달되지 않은 조교는 ‘짐’에 가깝다. 분유 온도를 못 맞춰 아이를 울리고, 체온계도 손톱깎이도 제자리에 놓지 않아 찾아 헤매기 일쑤다. “아기 양말은 어딨어?” 몇번을 소리치며 답하던 아내는 결국 한숨 쉬고 엉덩이를 일으킨다. 



그래도, 그 짧은 시간이 나에게, 아내에게 소중한 건 ‘이해’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아내가 힘든 건, 잠을 못 자기 때문만이 아니라, 밖에 나가지 못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외롭기’ 때문이란 걸, 그제야 깨달았다.

온전히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해야 했던 나날들.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는 아이와 작은 방에 홀로 있어야 하는 24시간. 쉼 없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이러다 미치는 거 아냐’ 문뜩 놀라게 되는 순간들.

일을 마치고 돌아와 아내를 거들었던 시기엔, ‘머리’론 이해했지만 ‘가슴’으론 갸우뚱했던 말들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외롭다”, “겁난다”, “이런 내가 실망스럽다”. 퇴근한 남편에게 털어놓는 아내의 속마음들이, 24시간 아이와 함께하고서야 비로소 가슴으로 다가왔다. 퇴근 후 아이를 목욕시키고 재우며 잠을 설치면서 스스로에게 ‘난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라는 자위만으론 미처 다 깨닫지 못했던, 아내의 인생이었다.

그렇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정치든 연애든 직장이든 상대의 삶을 제대로 겪지 못한 이해는 오히려 위험하기까지 하다. ‘너가 힘든 건 알겠는데’라는 가정부터 오해는 시작된다. 아이를 키우는 건 일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내 인생을 줄이는 일이란 걸, 육아가 힘들다는 건 몸이 괴롭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외롭기 때문이란 걸 ‘가슴’으로 알게 됐다.

남편의 육아휴직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내를 가족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숙달된 조교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실수투성의 남편이라도 괜찮다. 24시간 오롯이 내 인생 전부를 육아에 맞춘다는 것, 그 경험을 위해서다. 나 역시 체험판에 불과하니, 아내의 고민을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는 최근 남성 육아휴직 상한액을 상향조정했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4872명. 주변에 만약 육아휴직을 쓴 남성을 만난다면, 기념사진이라도 찍어놔야 할 듯싶다. 지난해 단 4872명에 불과했던 ‘용자’를 만난 셈이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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