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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강 앞둔 대학가 ‘들썩’ ②] ‘학내 분규’ 동대ㆍ이대ㆍ외대…캠퍼스 죄다 ‘어수선’
평단 사업 갈등 동대ㆍ이대 내달 1일 개강 앞두고 농성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로 임명한 한국외대도 폭풍전야

학생-학교 측 끝없는 줄다리기…어수선한 개강 분위기



[헤럴드경제=원호연ㆍ신동윤ㆍ구민정 기자] 폭염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바람이 선선해지면서 대학들은 하나둘씩 개강에 들어간다. 하지만 청명한 가을 하늘에도 개강 분위기가 살지 않는 대학들이 있다. 바로 ‘학내 분규’에 휩싸인 동국대, 이화여대, 한국외대(가나다순)다.

이들 학교 가운데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바로 이화여대다. 오는 9월 1일로 예정된 개강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교내 본관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과 최경희 총장을 비롯한 학교 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8일로 2016학년도 2학기 개강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본관 점거 농성 한 달을 맞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정에는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학교 측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으로 인해 불거진 학내 분규에도 불구하고 학사일정만큼은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당장 개강을 위한 수강신청 등의 학사행정은 대부분 전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문제가 없이 처리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8~12일 2016학년도 2학기에 대한 수강신청이 문제 없이 진행됐고, 다음달 1~7일에는 수강정정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고 학교 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1만5000명의 학부생, 5000명의 대학원생이 2학기가 시작되면 학교에 돌아오는만큼 어려운 상황에도 학사행정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본관에서 점거 농성 중인 학생들과 학교 측을 비판하는 분들과의 대화 노력을 지속하는 것과 더불어 학사행정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학내 분규로 인해 학생과 교수 간에 발생한 심리적인 간극과 상처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방학 중이라 문제가 덜했지만, 개강을 하게 되면 학생들과 교수들 모두 교실로 돌아가야만 한다”며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아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교실에서 만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내달 1일 개강을 앞둔 서울 중구 동국대 서울캠퍼스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 반대하는 총학생회가 20일 가까이 교내 본관 앞에서 농성 중이다. 사진은 지난 23일 촛불문화제를 진행 중인 동국대 총학생회. [출처=동국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본관에서 점거 농성 중인 학생들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최 총장의 사퇴만이 본관 점거 농성을 해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본관 점거 농성을지속 중인 학생 측은 “3명 이상의 학생들이 경찰 소환 통보를 받은 사실이 안타깝고, 방관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학교 측의 처사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최 총장의 사퇴를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바이며, 이를 위한 본관 점거를 (개강이 되더라도)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국대 역시 개강 직전까지 이어지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논란으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동국대 총학생회 측은 지난 10일부터 보름이 넘게 본관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며 평단 사업의 원점 재검토와 총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학교 측과 학생회가 만나 토론회를 벌였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끝났다.

학생회 측은 다음달 1일 개강 이후에 보다 많은 학생들이 농성에 동참할 것으로 보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진행하는 촛불 문화제를 비롯해 선전전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학생회 측은 평단사업 뿐 아니라 한태식(보광) 총장의 전반적인 학교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으로 문제 제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안드레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교육부 국정감사를 통해 동국대 사태를 포함한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살펴볼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국대 관계자는 “지난 25일 열린 졸업식 당시 학생회 측이 농성장을 축소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있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에 입각해 즉각 해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이화여대와 동국대에 비해 한국외대의 학내 갈등은 다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형국이다. 하지만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닌만큼 언제든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외대는 박철 전 총장의 명예교수 임명을 두고 학교ㅍ측과 학생들이 맞부딪히는 모양새다. 박 전 총장은 재임 중 노조에 대응하기 위한 컨설팅 비용, 소송비, 기타 비용 등으로 수십억원을 교비에서 지출한 혐의로 고발돼 벌금 1000만원을 지난 6월 선고받았고 이에 항소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앞서 지난 10일부터 8일간 총장실을 점거하고 수차례에 걸쳐 총장 등 학교 측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학생들은 교육부에 박 전 총장의 명예교수 임명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했다.

학교 측은 박 전 총장의 명예교수 임명은 현재 정해진 원칙과 절차를 통해 진행되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발, 학생 측에서 면담을 요청할 경우 언제든 이에 응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이에 맞서 학생 측은 총장실 점거는 해제했지만 박 전 총장의 명예교수 임명에 대해서는 계속적으로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김형환 한국외대 부총학생회장은 “다음달 1일 열리는 박 전 총장의 퇴임식에서도 침묵ㆍ피켓팅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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