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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강 앞둔 대학가 ‘들썩’ ①] 주먹구구식 근로장학제, 학생들 불만 폭주
교내 근로 장학생 선발 기준 불투명…학생 불만 이어져

막상 되더라도 같은 일에 시급은 차이나 분란 생기기도

“표준 규정 마련해 선발 과정 투명하게 만들어야” 조언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1. 서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3ㆍ여) 씨는 개강을 맞아 근로장학생 신청을 했다가 최근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지난 학기에 일했던 근로장학생이 계속 일하기로 하면서 선발 계획이 취소됐다는 내용이었다. 개강 1주일 전까지 선발 결과를 기다리다 이 씨가 직접 전화로 문의하자 해당 부서가 내놓은 답변이었다. 생활이 어려운 이 씨는 개강을 앞두고 급히 다른 아르바이트를 알아봐야 했다.

#2. 서울 시내 한 사립대의 학과 사무실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는 조모(24) 씨는 근로장학생으로 활동하면서도 불만이 많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가 자신보다 월급을 50% 이상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교내 근로장학생인 조 씨는 시간당 6000원가량을 받지만, 국가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는 동료는 같은 일을 하며 시간당 8000원을 받고 있었다. 조 씨는 “업무량이 같은데 막상 받는 돈은 다르니까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주위에도 이런 불만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학교 내에서 각종 업무를 맡으며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교내 근로 장학금 제도가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원성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 근로장학금 제도처럼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출처=123rf]


대학가 개강을 앞두고 근로 장학생 선발 문제로 곳곳에서 잡음이 생기고 있다. 선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가 하면,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시급을 받아 근로 장학생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근로장학금을 두고 표준 선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근로장학생 제도는 대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각종 업무와 실습에 종사하며 장학금 형식으로 임금을 받는 제도다. 근로장학생은 크게 한국장학재단에서 지원하는 국가 근로장학생과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교내 근로장학생으로 나뉜다.

이 중 소득분위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정하는 국가 근로장학금과 달리 교내 근로장학생 선발 기준은 교내 각 부서가 재량으로 정하고 있다. 때문에 소득분위나 성적이 아닌 지인의 소개로 뽑히는 등 주먹구구식 선발이 많아 대학 내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개강을 앞두고 근로장학생 선발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각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아는 사람이 없으면 가계가 어려워도 뽑히기 힘들다’ 등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서울대의 근로장학금 관리 지침도 이 같은 실상과 다르지 않다. ‘지도 교수가 추천하고, 학과장을 경유해 기관장이 최종 선발한다’고만 돼 있을 뿐, 소득분위 점수 등 세부 선정 기준은 기관 재량에 맡겨두고 있다. 다른 대학들도 대부분 교내 근로장학생 선발 기준을 단과대학장과 기관장에게 위임하고 있다.

기준이 미흡하다 보니 빈곤한 학생을 지원한다는 근본 취지와 맞지 않게 장학 제도가 파행 운영되는 일도 있다. 한 서울 시내 사립대에서는 3학기 연임 제한이 있지만, 3년째 같은 학생이 근로 장학생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해당 부서는 매학기 근로 장학생 선발 공지만 내고 실제로는 한 명도 선발하지 않았다. 대학 관계자는 “전문성이 필요한 경우 등 예외 조항도 있다”며 “가계 사정이나 학점보다는 업무에 익숙한 기존 인원을 쓰고 싶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막상 근로장학생으로 선정되더라도 낮은 임금에 고통받는 경우도 많다. 고려대에서 교내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는 김모(26) 씨는 장학금 명목으로 시간당 7000원을 받고 있다. 반면 같은 일을 하는 국가 근로장학생은 시간당 8000원을 받고 일한다. 그나마 김 씨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내 근로장학생 시급을 최저 시급으로 설정, 같은 사무실 내 근로장학생들 사이에서도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부실한 교내 근로장학생 제도에 대해 국가 근로장학생 제도처럼 표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태형 변호사는 “근로장학금이 노동에 대한 급여가 아닌 장학금 성격인 만큼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표준을 마련해 공정한 선발 과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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