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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심의실장 겸 논설위원] 겉보기만 그럴듯한 생보산업
생명보험사들의 재무 상태가 괜찮은 모양이다. 적어도 금융감독원이 엊그제 발표한 보험사 지급여력비율(RBC)만 놓고 보면 그렇다. RBC는 보험사가 만일의 위험에 대비해 보유하는 돈(가용자본)이 실제 발생한 손실 금액(요구자본)을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최소한 100% 이상 유지돼야 하며 150%가 넘으면 안정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게 6월말 현재 297.1%나 되니 그렇게 볼만하다.

그러나 정작 업계는 이런 성적표가 하나 반갑지 않다. 겉보기에는 그럴듯 하지만 자칫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내줄 돈은 부채로 잡힌다. 지금까지는 이걸 장부가로 계산을 했는데 새 기준에서는 시가로 평가한다. 그럴 경우 고금리 시절 판매한 상품에 발목이 잡혀 RBC 비율은 마지노선인 100% 맞추기도 어려울 수 있다. 이걸 메우려면 40조원 넘는 돈이 든다는 게 게 최근 부각되고 있는 생보사 위기론의 핵심이다.

더 문제는 생보사 위기가 IFRS4 도입 때문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한 금리역마진에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빠르게 늘어나는 평균 수명도 부담이다. 보험사기 등으로 새는 보험료도 급증하고 있다. 도처가 지뢰밭이다. ‘벼랑 끝 위기’라는 업계의 하소연이 그리 틀린 것같지는 않다. 자산 규모 16조원의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단돈 300만달러라는 충격적인 헐값으로 중국 안방보험에 팔린 걸 보면 위기감이 확 느껴진다. 그 다음 타겟은 누가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위기를 극복하는 건 전적으로 업계의 몫이다. 뼈를 깎아서라도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이수창 생보협회장의 신년사 지적처럼 ‘블루오션’창출만이 살 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생보산업이 어려우니 도와주라는 게 아니라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주라는 것이다. 생보사의 총 자산은 750조원에 보유계약이 4500만이다. 대략 국민 한 사람이 1건의 생명보험에 가입해 있는 셈이다. 이쯤이면 보험산업이 사회안전망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책당국이 팔짱만 끼고 있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 회계기준을 예정대로 적용할 것인지 금융당국의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해외시장 진출과 금리역마진 해소를 위한 자산운용 등 규제완화도 화급하다. 하지만 더 실효성있는 것은 세제지원 강화다. 100세 시대가 도래했지만 노후를 국민연금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그 부족분은 개인연금 등 사적 영역이 맡는 연금 중층 구조는 노후대비의 필수다. 국민 복지 차원에서 연금상품의 세액공제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

가령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구분없이 세액공제 규모를 700만원으로 늘리기만 해도 한결 효과가 있다. 한국재정학회 연구에 따르면 그렇게 해서 추가로 지출되는 재정은 1300억원정도지만 안정적 노후소득 확보로 줄어드는 재정비용은 1조1000억원에 이른다. 적절한 세제지원이 결국 재정을 아끼는 길이기도 하다. 외면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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