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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스토리] “기업승계 피보다 능력 중시” …밀레 117년 무분규 가족경영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가업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피’보다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최고경영자(CEO)는 단지 후손이란 이유로 유전적으로 물려받을 수 없는 자리다. 밀레의 후계자가 되고 싶다면 능력과 자질을 스스로 증명해야한다.”

지난해 6월말 밀레코리아 창립 10주년 기자회견장. 독일 가전업체 밀레의 라인하르트 친칸 공동회장과 마르쿠스 밀레 공동회장이 이날 밝힌 기업승계원칙이다. 


밀레는 1899년 친칸 가문과 밀레 가문이 공동설립한 가족기업이다. 두 가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4대째 가족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기술 부문의 밀레 가문이 지분 51%, 경영 부문의 친칸 가문이 49%를 가지고 있다. 이에 양가가 기술 부문과 경영부문 대표를 번갈아 맡는다. 공동경영체제는 117년동안 권력다툼이나 별다른 잡음없이 유지되고 있다.

밀레는 독특한 후계자 승계 방식으로 유명하다. 두 가문에서 수십명이 경합을 거친 후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 4년 이상 다른 회사에서 실무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후 업무 능력 시험과 최종 면접을 거쳐 후계자로 선정된다. 친칸 회장도 지난 1991년 밀레에 입사하기 전 BMW에서 4년동안 일했다.

친칸 회장은 “양가 후손이라해도 후계자는 DNA로 승계받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면서 “먼저 실력과 자질을 키워야하는데 반드시 힘든 외부세계에서 이를 입증해야한다”고 말했다.

가족경영은 밀레 기업 문화에 긍정적으로 뿌리내렸다. 전세계 직원 1만6000명 중 1만명이 20년 이상 장기근무한 사람들이다. 밀레 본사에서는 “밀레에서 25년 이상 근무하지 않았다면 밀레 직원이라고 말하지 마라”고 말할 정도다. 밀레에서는 할아버지,아버지, 아들 3대가 함께 일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른바 밀레리안(Mieleian)들이다. 이들은 밀레 기술 비법을 도제시스템으로 가족과 친지들에게 전수한다. 수십년 숙련된 기술자의 손끝에서 다듬어진 세탁기의 기본 수명은 보통 20년이다.

밀레에서는 한 세기를 지나는 동안 파업이나 노사갈등은 단한번도 없었다. 가족 중심의 기업정서를 토대로 인력정책과 복지제도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끈끈한 노사관계는 밀레의 최고 경쟁력이다. 이는 이윤을 위해 쉽게 감원하는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밀레는 1901년 세계 최초로 참나무통 세탁기를 만들면서 가전사업에 뛰어들었다. 밀레의 명품가전을 만들기 위한 슬로건은 간단하다. 독일어로 ‘임머 베제르(Immer Besser)’다. “항상 더 나은 제품을 위해서”란 뜻이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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