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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버려지는 반려동물
바캉스 때 버려지는 반려 동물이 늦여름 우리를 슬프게 한다.

동네 마다 밤만 되면 버려진 고양이의 울음이 들리고, 버려진 줄 모른채 주인을 찾아 헤매다 마침내 어느 야산의 들개가 된 견공은 산책 나온 사람들에게 기웃거리다 장돌과 몽둥이 위협에 시달린다.

반려동물을 버리는 이유는 키우는데 돈이 들어서, 병에 걸려서, 나이 들면서 더 이상 예쁘지 않아서, 가족 중 특정인만 좋아하고 나머지는 싫어해서, 공동주택 이사를 앞두고 키우기 부담스러워서 등이다.

김득신의 파적도

버리는 방법은 나들이 왔다가 두고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반려동물은 처음 가족들을 만났을 때 기뻐해주던 가족의 모습에 정을 쏟았건만, 여전히 그들이 나를 사랑해주리라 믿는 상황에서 황당하게 버려지니 그 배신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내 개가 토끼를 잡으면 용도 폐기하는 토사구팽(兎死狗烹) 못지 않게 잔인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면서 버리든, 토사구팽하든, 유기된 반려동물은 인간 이기심의 희생물이다. 예뻐서 집안에 들일 때에도, 버릴 때에도 그렇다.

고려시대 문인 백운거사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서 반려 고양이에게서 느낀 사랑, 실망, 체념을 털어놓았다. 탐관오리 같은 쥐를 몹시 싫어했던 그는 검은 고양이 새끼를 얻어 키운 뒤 쥐가 없어지자, 이 작고 귀여운 구세주를 칭송했다.

병아리를 물고 도망치는 고양이를 그린 김득신의 ‘파적도’<사진> 화폭 처럼, 주인의 사랑에 도취된 고양이가 고기를 훔쳐먹고 잠자리 마저 빼앗으면서 쥐 잡기를 게을리 할 때엔 고양이의 직무유기를 나무라기도 했다.

하지만 백운거사는 섭섭함을 시(詩)로 표현했을 뿐 내칠 엄두는 내지 않았다. 한 식구가 된 반려동물을 버리는 행위는 인간의 직무유기이기 때문이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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