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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쾌한 일출, 어디 동해뿐이랴
인천의 보석같은 섬 ‘팔미도·월미도·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남동쪽 용유 거잠포 일출 일품
-천혜절경 간직 팔미도엔 최초의 근대식 등대

-인천상륙작전때 연합군 첫 발 디딘 월미도
-한국전통정원·이민사 박물관 볼거리 풍성

-자유공원 맥아더장군 동상 아랫마을엔
-차이나타운·삼국지 벽화거리·근대건축물…




해가 서쪽에서 떴다.

서해 수평선을 물들이는 진홍색 여명도, 태양이 고개를 내밀어 수면 위로 올라 앉기 시작할 때 생기는 ‘오메가(Ω)’ 현상도, 빛의 반영을 따라 검푸른 새벽 바다 위에 주홍색 카페트를 만드는 모습도 동해 일출과 다르지 않다. 파도가 잔잔해 서해 아침 주홍색 카페트는 더욱 짙다.



누가 장쾌한 일출을 동해의 전유물이라 그랬나.

인천 영종도 국제공항 남동쪽 용유 거잠포에서 뜬 늦가을 태양은 당차고 찬란했다. 그리고 서해 바다 사이 사이 섬들과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거잠포에서, 멀리는 8㎞ 떨어진 팔미도, 가까이는 무의도와 사렴도, 코 앞에는 상어 지느러미 모양의 매랑도(속칭 샤크섬) 사이로 서해 아침 태양은 떠오른다.

섬이 거의 없는 동해의 태양이 ‘나 홀로’ 불쑥 솟아난다면, 서해의 일출은 크고 작은 섬의 마중과 환대 속에 정감 있게 피어나 잠자던 물상들을 깨웠다.

인천상륙작전을 펼치던 우리 해군과 연합군 군함의 괘속 진군 항로를 훤히 밝혀주던 팔미도 역시 서해 일출의 명소이다. 해돋이를 구경하는 장소는 팔미도 등대 바로 아래 하늘전망대이다.

팔미도 등대는 1903년에 처음 불을 밝힌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 한국 등대 문화유산 1호, 가보고 싶은 등대 1위이다. 썰물 때 소팔미도와 붙어 여덟팔(八)자 모양을 그리는 이곳은 천혜의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절경이다. 팔미도 둘레길을 걷는 것은 힐링이다.

팔미도 남서쪽에 봉긋 솟은 작은 섬 해녀도는 물질하던 해녀가 잠시 쉬어가던 곳이라는 해설사의 설명에 잠시 시선이 멈춘다.

강민주 문화해설사는 인천상륙작전을 다른 나라 군대가 한 것으로 오해하는 국민이 있는데, 실상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인천 대첩의 기초는 우리 해군이 닦았음을 분명히 전했다.

한국전쟁 한 해 전인 1949년 8월 북측 몽금포에 미국 군사고문단 함정이 억류되자 손원일 해군참모총장의 지시를 받은 함명수 소령 특공대가 적을 응징해 구출에 성공했고 이때 받은 공로금으로 성능 좋은 전투함 4척을 구입했다.

우리 해군은 1950년 6월 26일 대한해협까지 잠입한 북한 해군을 격퇴하며 해상침략의 예봉을 꺾은데 이어 그해 8월17일 국군 최초 단독 상륙작전인 통영작전에 성공해 영남 남부지역 낙동강 전선을 돌파했고, 같은달 18일 덕적도, 20일 영흥도 연쇄 단독 상륙작전에 성공해 적을 몰아냈다. 아울러 인천, 서울, 수원 일대, 팔미도와 월미도 등 도서 지역 첩보수집을 위한 ‘엑스레이 작전’을 펼쳤다. 이같은 일련의 개가는 1% 미만이라던 인천상륙작전을 대첩으로 이끌고 수도 서울을 탈환케 한, 결정적인 기반이 됐다.

인천은 기원전 1세기, 고구려 시조 주몽의 첫째부인 소생 유리와 후계 경쟁하다 밀린 비류(소서노의 큰 아들)가 새로운 왕조 개창을 선언하며 남하해 처음 터 잡은 곳이다. 실제 백제 왕조를 개창한 쪽은 자신과 함께 남하했던 친동생 온조(한성백제)였지만, 비류의 인천과 온조의 서울은 나중에 한 몸 처럼 지냈다.

인천시 공식 시사(市史)에 따르면, 인천 강화 마니산과 삼랑산성에서는 고조선의 흔적이 발견됐다. 5세기 이전 이미 인천 내륙의 미추홀(彌鄒忽:문학산 일대)과 해안의 능허대(凌虛臺:인천항 일대)가 수도(首都)를 지키고 나라의 살림살이를 튼튼히 하는 군사, 경제, 무역의 요충지였다는 기록도 있다. 그 이후에도 인천은 늘 한성과 개경을 온몸으로 방어하거나 수도로 공급하는 온 세상의 문물을 실어나르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고려때 시흥과 서울 양천, 김포 등을 아우르는 대규모 경제군사 거점이었고 지구촌 거상이 우리를 ‘코리아’라고 부르게 된 터전이 바로 인천이다.

인천이 웃으면 서울이, 대한민국이 웃는 수천년 ‘등식’은 인천상륙작전 대첩과 인천국제공항의 11년 연속 세계 정상 수성, 이를 통한 대한민국 국방력과 경제력의 고도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팔미도 등대 점등을 신호로 섬 곳곳에 숨어있던 연합군이 가장 먼저 상륙한 곳은 ‘그린비치’일대, 월미도이다. 섬의 생김새가 반달의 꼬리처럼 휘어진 월미도(月尾島)는 여의도 4분의1 크기이다. 기화요초가 만발해 장미섬으로 불리던 월미도는 경제,군사적 ‘탐나는 도(島)’였기에 외세의 각축장, 러일전쟁의 발단지, 반 외세 항전지, 문명접변지였다.


월미공원은 조선시대 이래 2000년까지 군사기지였다가 2001년 국민에게 개방됐다. 물범카를 타고, 한국전통정원, 한국이민사박물관 등을 구경하고 나면 인천상륙작전 당시 가공할 네이팜탄 포격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수령 70년 이상의 수목 6종 7그루 ‘월미 평화의 나무’가 반긴다.

연수구 옥련동 고개 기슭에 있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는 6.25 참전국의 깃발이 휘날리는 가운데, 팔미도 등대 모형이 몰라보게 발전한 송도신도시 마천루를 흐뭇하게 내려다 보고 있다.

1888년 러시아인 사바찐이 설계해 조성한 국내 최초 근대식 공원인 자유공원의 맥아더장군 동상 아랫마을에는 짜장면박물관과 삼국지 벽화거리, 차이나타운, 근대건축물 등 스토리와 맛이 있는 역사 흔적이 즐비하다. 월미도입구부터 맥아더 장군 동상까지 1.75km 구간은 맥아더길로 이름붙여졌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우리 해군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점에 비춰보면, ‘손원일 (뱃)길’도 지정해야한다는 군 안팎의 목소리도 높다.

조성된 지 15년된 ‘월미 문화의 거리’ 770m는 문화, 예술 먹거리, 국제교류 등 월미 놀거리의 메인스타디움이다. 지난 4월 중국 아오란그룹 임직원 4500명이 치맥파티를 즐긴 곳이다. ‘인천상륙작전 월미축제’는 오는 9월 9~11일 이곳에서 열린다.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먼데, 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어 서러움을 더해주네’

인천의 섬들은 풍광과 문화예술, 레저인프라, 스토리도 좋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멜랑꼴리 분위기가 남다른 매력이다.

서쪽에서 뜨는 해가 아름다운 덕적도는 지난 21일까지 진행된 ‘한여름밤의 꿈, 노을, 음악 그리고 섬’ 등 문화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해군이 이 섬을 탈환할 때 진입한 서포리와 밧지름 해변은 아름다운 백사장을 자랑하고 덕적도 자전거 하이킹은 서해안 최고급으로 꼽힌다.

인천의 먹거리는 수박비빔냉면과 세숫대야 냉면, 백령도식 사곶냉면, 영종도 황제물회, 진흙구이 오리요리, 강화 더리미 장어, 을왕리 조개구이 등이 유명하다.

함영훈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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