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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 백두산의 김무성 vs 태산의 반기문, 與의 잠룡은 어디서 날아오를까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예로부터 영산(靈山)에서는 용이 태어났다. 노태우ㆍ고(故) 김대중 등 전 대통령들이 선거 직전 중국 태산(泰山)에 올랐던 이유다. 이들은 거칠지만 청량한 태산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 낸 후 당당히 대권 경쟁에서 승리했다. 그래서 이회창ㆍ한화갑ㆍ손학규ㆍ심대평ㆍ홍사덕 등 여야의 ‘잠룡’으로 거론됐던 이들은 일종의 ‘부적’처럼 태산을 찾았다. 바위 산맥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도 정동(正東)을 향한 산세는 청와대의 뒷산인 백악산을 연상케 했고, 잠룡은 탕평(蕩平)의 꿈을 품었다.

그러나 22일 방중(訪中) 일정을 시작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계획표에서는 태산이 빠졌다. ‘겸허한 경청’을 주제로 대권행보를 시작한 김 전 대표다. 욕심 같아서는 태산 정복을 꿈꿨을 만하다. 더구나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전북 전주시 원불교 중앙총부를 방문해 장응철 종법사로부터 태산이라는 법호(法號)를 받았다. 장 종법사는 태산이란 법호를 주면서 “태산은 국가의 큰 동력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해진다. ‘대통령이 되라’는 의미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태산 대신 백두산을 오르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가 태산 대신 백두산을 등반키로 한 데 대해 “명분을 잃은 이무기의 대안”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4ㆍ13 총선에서 단 122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며 야당에 패배한 김 전 대표가 대권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드러내기에는 부담이 컸으리라는 분석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8ㆍ9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이정현 대표에게 패한 주호영 의원을 공개 지지함으로써 당에 대한 지분을 상당부분 잃었다. 결국, 자신의 야심을 태산 등반으로 대중에게 선포하기에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지난 18일 충북 충주재래시장을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무엇보다 백두산은 한민족의 영산이다. 잠룡이 승천의 꿈을 꾸기에 부족함이 없는 터전이라는 뜻이다. 김 전 대표는 특히 방중 일정 가운데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인 지린성 옌지ㆍ룽징시를 방문하는 한편, 옌볜대에서 열리는 ‘통일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했다. ‘통일시대’의 대안을 탐색하는 것은 차기 지도자의 핵심 준비 요소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가 이후 대권 로드맵을 보다 짜임새있게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중 통일 수업이 민생탐방 직후 이뤄진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중요한 것은 김 전 대표의 경쟁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UN)사무총장이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뒤 태산을 찾았는 점이다. 반 사무총장은 부인 유순택 여사와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대사, 리훙펑 태안시 당서기 등과 함께 태산을 등반했다. 반 총장은 이후 대권 도전 의사를 확실히 드러냈다. 야권의 맞수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역시 경기지사 직을 수행하던 2006년 봄 태산에 올랐다. 태안시장은 당시 손 전 대표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도 태산을 올랐다. 성공을 기원한다”는 덕담을 하기도 했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단 16개월 앞두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를 제외한 주요 잠룡이 모두 성소(聖所)를 찾은 셈이다. 백두산의 김무성이냐, 태산의 반기문이냐. 여권 대선주자의 향방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그러나 제아무리 영험한 지기(地氣)를 받았다 하더라도, 한반도의 미래를 열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 없이는 당내 경선조차 뛰어넘기 어려울 테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위협과 기간산업의 경쟁력 하락 등 위기가 산적한 한반도는 진짜 ‘용의 재목’을 기다린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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