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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니스토리] 삼성전자 신고가에 숨겨진 비밀...지배구조 개편 어떻게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실적 좋고, 갤럭시S7에 이어 갤럭시노트7까지 잘 나온 덕분이 가장 크다. 그런데 ‘주마가편(走馬加鞭)’도 있다. 바로 자사주 매입ㆍ소각이다. 유통주식이 극히 줄어든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ㆍ소각까지 이뤄지면서 시총 235조짜리 공룡도 춤을 추고 있다.

그 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 내야 할 상속세도 늘어나 이재용 부회장에게 불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반대일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수록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이는 삼성생명이 삼성증권 지분을 늘려 금융지주사에 성큼 다가선 데서도 확인된다. 하나하나 풀어보자.


▶씨 마른 유통주식, 자사주 매입 효과 극대화=6월말 기준 삼성전자 주주 구성은 외국인 51%, 삼성 내부지분과 자기주식 31.5%, 국민연금 8% 등 이다. 3대 주체가 90%를 갖고 있다. 국내 펀드 등의 편입물량까지 감안하면 유통주식수가 극히 적다.

이 부회장이 2014년 5월부터 그룹을 이끈 이후 삼성전자는 5차례나 자사주를 매입한다. 2007년 이후 7년만에 재개된 자사주 매입이다.
1차는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까지 2조4459억원, 2차는 2015년 말부터 2016년 1월말까지 4조1840억원이다. 2차 때부터는 ‘매입 후 보유’에서 ‘매입 후 소각’으로 바뀐다. 3차는 올 1월말부터 4월 중순까지 3조1337억원, 4월말부터 7월말까지 2조원이다. 지난 7월 28일에도 오는 10월28일까지 1조9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해 소각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2014년 이후 지금까지 15조원, 올 들어서만 8조원 이상이다. 12조원이 소각됐거나 소각될 예정이다. 2차 매입기간을 제외하면 자사주를 사들이는 기간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모두 우상향했다.

최근 사상 최고가 행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지난 해 후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삼성전자에 대해 매도우위다. 매입된 자사주가 소각되는 까닭에 외국인들은 매도우위 임에도 지분율이 50%대에서 51%대로 오히려 더 높아졌다. 이제 외국인들이 이 부회장에 불만을 가질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JY에겐 삼성전자 오를수록 좋다(?)=최근 지배구조와 관련해 삼성의 두드러진 움직임 가운데 하나가 금융지주다.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금융계열사들의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작업이다. 금융지주회사다.

현행법 상 삼성물산은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할 수는 있다. 바로 여기에 삼성전자 주가의 비밀이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면 된다.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 7.43%와 1.3%를 삼성물산에 넘겨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2.91%까지 오른다. 만약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다면 자사주 13.4%까지 삼성물산이 가져올 수 있다. 이 회장 지분 3.5%를 더하면 안정적인 지분률인 30%에 육박한다. 자사주 매입 소각이 계속된다면 지분율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이 부회장이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하려면 이 회장과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이 필요하다. 시가로는 각각 4조원씩 총 8조원이다. 이 회장 지분은 상속받으면 되기 때문에 실제 필요한 돈은 상속세 2조원과 삼성물산 보유분을 매입할 4조원 등 6조원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른 덕분에 이 회장 지분 가치는 현재 8조원이 넘는다. 이 부회장이 이를 상속받아 삼성물산에 현물출자하고 대신 삼성생명 지분을 넘겨받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이 가진 삼성SDS 지분가치도 1조원이 넘는다. 이 회장 보유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을 때 재원으로 쓸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든 삼성SDS든 주가가 더 오를수록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셈이다.

삼성물산이 과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가져 올 자금력을 가지느냐에 대한 의문이 많다. 상당한 액수이지만, 삼성물산 외에는 그나마 여력이 있는 곳이 없고, 그룹 지배력이 달린 지분인 만큼 반드시 가져와야 할 지분이다. 또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삼성물산의 바이오계열사 상장에 따른 상장차익이 조 단위로 발생할 수 있다.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가치도 4조원이 넘는다. 건설부문 등 일부 자산매각도 가능하다. 국내 최고우량기업인 삼성전자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이라면 회사채나 금융권 차입을 통해서도 상당한 돈을 마련할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 화룡점정(畵龍點睛)? 이르면 연내=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마무리는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의 이동과 삼성전자 인적분할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가져오면 총자산의 절반 이상이 자회사 지분이 돼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즉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바뀔 준비가 마무리된 때가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이 움직일 때다. 또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되거나, 전환될 것이 확정된 후에야 삼성전자 인적분할이 가능하다. 지주사 체제 전환이라는 명분이 있어야 주주들을 인적분할에 동의시킬 수 있다.

이 부회장은 그룹 경영을 맡은 지 2년여 만에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상장, 방산과 화학부문 매각,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같은 작업을 속도감 있게 이뤄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마무리도 이르면 연내에 끝낼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재벌에 비우호적인 야당이 국회 1당이 된데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까지 바뀔 경우 각종 제도가 후계구도에 더 어려워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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