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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당신의 손가락은 물고기 지느러미였다
[HOOC=이정아 기자] 갑오징어와 사람의 눈은 생물학적으로 아주 비슷합니다. 갑오징어와 사람 사이엔 어떤 직접적인 진화론적 관계가 없어 보이는데 어찌된 걸까요? 이를 두고 소위 창조과학자들은 ‘디자이너가 같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데요. 찰스 다윈과 같은 진화론자들의 답은 이렇습니다.

“조상이 같기 때문이죠!”

진화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여러 동물들 사이에서 비슷한 특징이 발견되면 이들에게 ‘공통 조상’이 있다고 말합니다.

“무엇이 이것보다 더 기묘할 수 있을까. 사람의 손은 단단히 잡기 위해서, 두더지의 발은 파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말의 다리, 고래의 지느러미, 박쥐의 날개도 모두 이와 같은 패턴으로 돼 있다. 비교적 같은 위치에서 비슷한 뼈들로 이뤄져 있다.”(찰스 다윈)

다윈은 나무에서 가지가 뻗어나가는 것처럼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여러 종이 진화돼 나간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견해는 여전히 첨예하게 엇갈리는데요.

그런데 17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대학 연구팀이 다윈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 논문은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을 이끄는 사람은 시카코대학의 고생물학자이자 발생생물학자인 닐 슈빈 박사입니다. 일단 연구팀은 ‘물고기 지느러미의 끄트머리가 어떻게 네 발 달린 육상 척추동물의 다리와 손발가락으로 대체됐나’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제브라피시에서 혹스 유전자를 제거하고 번식시켰더니, 자손들에게서 딱딱한 손가락 뼈가 발견됐다. [자료=시카고대학]

연구팀이 왜 이런 질문을 했느냐. 진화론자들이 ‘고대 물고기들이 사지를 발달시켰다’는 다윈의 학설을 지지하는 동안 2004년 슈빈이 이끄는 연구진은 3억7500만 년 전의 물고기 화석을 발견했고, 해당 화석을 분석해봤더니 지느러미살과 인간의 손발가락은 상이한 종류의 뼈로 구성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험 대상은 실험 동물로 흔히 쓰이는 열대어인 제브라피시였는데요.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를 사용해 이 물고기들에서 지느러미를 만드는데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혹스(hox) 유전자들을 제거하고, 유전자를 제거한 제브라피시를 번식시켰습니다. (연구진은 특히 ‘hox13 유전자’가 지느러미살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험 결과 완전한 다리를 가진 변이체는 하나도 없었지만 일부 변이체에서 손발가락을 형성하는 뼈로 구성된 지느러미(fingery fin)가 발견됐습니다. 유전자를 제거한 제브라피시의 자손들 가슴과 배, 그리고 등의 지느러미에 방사형으로 뻗어있는 부분에 있어야 할 부드러운 뼈가 거의 없어진 대신, 손가락 뼈와 같은 딱딱한 뼈가 남아있었던 것이죠. 한 마디로 지느러미를 형성하는 유전자를 제거했더니 인간의 손발가락을 닮은 신체부위를 형성하는 구조가 관찰됐다는 겁니다. 

논문까지 훑어봤지만,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인간의 손발가락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한편 연구팀이 이같은 실험을 할 수 있었던 건, 원하는 유전자를 자르거나 다른 유전자로 바꿔 넣는 크리스퍼(CRISPR/Cas) 유전자 가위기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슈빈 박사는 물고기에서 지느러미를 만드는데 연관되는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었던 건데요. 빅토리아 시대를 살았던 다윈이 투박한 현미경으로 연구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유전자 편집기술은 모든 생물학 분야를 아우르는 혁명인 셈입니다.

‘물고기가 육지 동물로 진화했다’는 주장이 실린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뒤로 157년이 지났습니다. 물고기와 육지 동물의 조상이 같다는 메커니즘을 보는 학계의 견해는 여전히 다양합니다. 하지만 유전자를 조작하는 연구가 계속되다 보면 다윈의 연구를 뒷받침하거나 혹은 이를 반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나오는 건 시간 문제인 것처럼 보입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슈빈 박사는 “다음 단계 실험은 손발가락을 얻은 고대 물고기와 매우 비슷한 물고기 종들을 대상으로 혹스 유전자를 조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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