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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글로벌 교육포럼] ‘핀란드식 교육’ 설계자 파시 살베리, “韓 자유학기제, 꿈ㆍ진로 탐색하기엔 너무 짧다”
-자유학기제 방향엔 공감…“학생 잠재성 극대화 위해 확대 필요”

-교육 시스템의 평등성 강조…‘글로벌 트랜드’ 결과 중시 교육 경계

-“제4차 산업혁명 맞이할 교육 방향, 학생 ‘공감 능력’ 신장에 맞춰져야”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년에 딱 두 번 헬스클럽에 간다고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한 학기만 실시하는 현행 자유학기제로는 청소년들이 꿈과 장래를 설계하기엔 불충분합니다”

지난 30년간 지속된 공교육 개혁을 통해 핀란드를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강국으로 만든 파시 살베리(Pasi Sahlberg)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교육학부 교수. 핀란드 교육개혁의 ‘설계자’로 불리는 그가 한국의 ‘자유학기제’에 대해 일침을 날렸다.
[사진설명=핀란드 교육 개혁의 산증인 파시 살베리(Pasi Sahlberg) 헬싱키대학교 교육학부 교수가 18일 ‘2016 글로벌 교육 포럼’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핀란드, 세계 각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있다. 제공=대교]

18일 서울 관악구 대교타워에서 열린 ‘2016 글로벌 교육포럼(이하 포럼)’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살베리 교수는 “미국 하버드 대학과 핀란드 헬싱키 대학에서 많은 한국 학생들을 만나며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익히 들어왔고, 현재 지도중인 한 학생이 자유학기제로 연구를 진행중이라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다”며 “(자유학기제가) 실험적이고 좋은 방향이라는 점엔 공감하지만, 1년에 두 차례에 걸쳐 짧은 기간만 운영된다는 점에서 기대한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전체 중학교를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유학기제에 들어간 학생들은 중간ㆍ기말고사 등 지필시험을 치르지 않고 진로탐색을 위한 활동 및 동아리 활동, 예술ㆍ체육 활동 등에 전념하고 있다.

이 같은 자유학기제가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고, 기대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살베리 교수는 “핀란드에서는 모든 학교 시스템을 한국의 자유학기제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원칙이 일반화 될 때 학생들의 잠재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살베리 교수는 그동안의 핀란드 공교육 개혁 과정을 담은 저서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에서 한국교육의 강점으로 ‘평등한 교육기회 제공을 통한 우수한 학업성취도’를 꼽은 바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한국사회에서 교육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화되고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사진설명=핀란드 교육 개혁의 산증인 파시 살베리(Pasi Sahlberg) 헬싱키대학교 교육학부 교수가 18일 ‘2016 글로벌 교육 포럼’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핀란드, 세계 각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있다. 제공=대교]

이에 대해 살베리 교수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교육에 있어 최대의 성공으로 여겨지는 등 학생 개개인의 성과 및 결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핀란드도 피해갈 수 없는 글로벌 트랜드”라며 “오랜 기간동안 축적된 연구 결과를 봤을 때 교육 시스템의 평등에 많은 투자를 한 한국, 핀란드, 캐나다 등이 교육 성취도 부문에서 보인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수월성을 강조하는) 잘못된 방향으로 한 번 가게되면 다시 돌아오는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공지능(AI)의 발달 등으로 상징되는 ‘제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한국이나 핀란드 등 많은 국가들의 교육제도가 취하고 있는 방향성에 대해 살베리 교수는 비판했다. 그는 “모든 학생들이 코딩이나 알고리즘을 배워야 한다는 한국과 핀란드의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며 “과거 파스칼 등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이 그랬듯 유행이 지나면 이 또한 쓸모없는 학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 수록 살베리 교수는 인성 및 공감능력 교육이 필수적이라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학생들의 정보 이해 능력이나 학습 능력이 급격한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미국 한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공감 능력이 20년전보다 40% 가까이 떨어졌다”며 “깊은 사고 능력(Deep learning)이 필수적인 제4차 산업혁명을 잘 대처하기 위해선 통찰능력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교육계에 더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살베리 교수는 “전세계 국가들이 천연자원 고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쉽게 이해하지만 인적자원(HR) 역시 위기에 빠졌다는 말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꿈과 잠재성을 찾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 채 많은 인력들의 노력을 낭비하고 있는 교육 제도에 대한 개혁을 항상 추구할 때 사회ㆍ경제적인 혜택도 뒤따른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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