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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니까 일단 쓸게. 손주들아 갚아줘”...정부 50년 국채 발행 어떤 의미?
[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정부가 이르면 올 하반기 만기 50년짜리 국채를 발행키로 하면서 국내 경제 및 자본시장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초장기 국채 발행은 우리 자본시장의 성숙도를 보여주고 정부의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중앙정부 빚이 이미 591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빚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나라빚을 다음 세대(30년 후)를 넘어 다다음 세대(50년)에까지 물려주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발행 성공은 국내 자본시장의 쾌거?=현재 우리나라 국채 만기는 1년부터 30년까지로 다양하다. 채권시장 초기에는 3년물 위주로 발행되다가 2000년 5년 만기와 10년 만기 국채가 발행되기 시작했고 2006년 20년 만기, 2012년 30년 만기로 길어졌다. 국채 시장이 본격적으로 태동한 2000년대 초에는 3년 물이 지표였지만, 만기가 장기화하면서 현재는 5년물도 지표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국내 채권시장에서 30년 만기 국채가 첫 발행되자 정부와 금융 시장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선진국형으로 성숙하고 있다며 자축했다.

50년 만기 국채는 말 그대로 나라가 50년 후에 갚는 채권이다. 만기가 길어지면 정부는 재정자금을 그만큼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높은 국가신용도와 안정된 물가, 그리고 성숙한 자본시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런 초장기 채권은 발행할 수 없다. 초장기 채권이 선진국의 전유물로 평가받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채권 전문가들은 과거 30년물 국채 발행이 성공하자 한국 자본시장의 쾌거라고 평가했었다.

때마침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국민투표 이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 지연과 달러 약세 지속으로 주요 선진국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한국 등 신흥국 채권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2012년 당시 연 3%로 첫 발행됐던 30년물은 지난 7월 이후 코스피 배당수익률(1.5%)을 밑돌고 있다. 16일에도 3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1.9bp(100bp=1%p) 떨어진 1.464%로 마감했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값은 오른다.



▶나라빚 더 늘리려 한다?=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라빚이다. 올 6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591조7000억원에 달한다. 경기 둔화, 부자 감세 등으로 세수는 갈수록 쪼그라드는데,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 조기 집행 등으로 씀씀이는 커진 결과다. 한국의 국채발행 잔액은 2000년말 76조3000억원에서 지난해말 기준 551조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6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39.5%에서 2060년엔 151.8%로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산정책처가 이날 발표한 ‘장기 재정전망’을 보면, 정부 총지출은 복지지출 급증으로 연평균 4.4% 증가하는 데 비해 총수입은 잠재성장률 둔화로 연평균 3.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급증하는 국가채무 [자료=국회예산정책처 국가채무시계]

▶국채 만기 장기화의 위험성=송민규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 국채만기가 2003년에는 평균잔존만기 기준으로 3.73년이었다가 2015년 7.6년으로 확대됐다”면서 “국채 만기가 장기화하면 신규 장기투자자는 높은 수익률의 혜택을 받지만, 기존 장기투자자는 가격하락(금리상승)에 의한 평가손실을 입으며 기업 등 장기 자금 수요자는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 채무가 증가할수록 국채당국은 차환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채만기를 늘리려는 경향을 보이지만, 만기가 과도해지면 투자자들이 국가 상환능력을 의심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실상 단기국채의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 국채 만기는 4.13년으로 한국 경제 상황에 따른 이론모형이 제시하는 수준인 4∼5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송 연구위원은 현재 국채만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적정 수준이지만 이보다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언했다.



▶양날의 검...미국이 금리올리면=30년물 국채 금리는 2013년 12월 연 4%까지 올라 중도에 채권을 판 사람들은 큰 손해를 봤다. 만기가 긴 만큼 가격변동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만기까지 보유하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에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에만 기댄 경기부양 시도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뿐 아니라 각국 정책입안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고, 저금리로 인한 금융시스템의 피해 역시 급격히 커지는 상황“이라며 ”지금의 비이성적으로 낮은 금리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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