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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올림픽은 과학입니다 ②펜싱
[HOOC=이정아 기자] 2016 리우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를 되뇌이던 우리 펜싱의 박상영 선수. 끝없이 자기 주문을 외우던 그의 펜싱검 칼끝에 시선이 쏠렸습니다. 1점, 2점, 3점…그리고 5점. 상대 선수와의 점수 차가 커 모두가 뒤집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때. 박상영 선수는 연속해서 5점을 냈고, 그는 마침내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비록 여자, 남자 펜싱 단체전에서는 아쉽게 발걸음을 뒤로 해야했지만 선수들의 경기 이면에는 피땀 흘린 노력이, 그 노력 뒤에는 경기력을 최상으로 이끌어내는 스포츠과학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실까요? 세계 최강, 그 이면에 있는 치밀하고 철저한 ‘첨단 과학’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이전기사 보기: 올림픽은 과학입니다 ①양궁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에서 세계 랭킹 3위인 헝가리의 제자 임레를 15대14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박상영 선수.[리우=박해묵 기자]


펜싱복의 비밀

강철검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방어하는 펜싱은 매우 위험한 스포츠입니다. 특히 찌르기 공격이 주가 되는 에페(전신)나 플뢰레(상체)에선 부상의 위험이 더 큰 편이고요. 실제로 18세기 말, 검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하는 마스크가 고안이 되고서야 펜싱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 이후에도 부러진 칼날이 선수의 마스크를 뚫고 들어가 올림픽 경기 도중 구소련 선수가 사망하는 끔찍한 일도 있었습니다. 선수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펜싱 장비는 첨단과학을 통해 계속 발전해야만 했던 것이죠.

그래서 펜싱복과 마스크의 소재는 특별합니다. 국제펜싱연맹(FIE)은 펜싱복에 반드시 케블라 섬유를 사용하도록 엄격하게 지정하고 있습니다. 케블라는 주로 방탄복이나 군용 헬멧에 사용되는 기능성 소재입니다. 이 소재로 만든 펜싱복은 163.3㎏의 저항압력을 견딜 수 있어야만 하는데요. 이 정도면 영화 ‘아이언맨’ 수트급입니다. 강철로 만들어진 펜싱검이 휘어질 정도로 단단하게 버텨낼 수 있는 것이죠.

펜싱검은 마레이징 강철로 만들어집니다. 니켈을 함유한 이 강철은 제트 전투기를 만들 때 쓰는 합금강철입니다. 탄소강철보다 견고하고 잘 부러지지 않는데요. 이렇게 단단한 강철검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마스크 소재가 바로 스테인리스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스댕이라고 말하는데요. FIE는 강도와 탄성, 부식 정도까지 꼼꼼하게 따져서 스테인리스강의 등급을 정하고 있습니다. 마스크에서 얼굴을 가리는 그물코는 구멍 뚫기 테스트에서 허용되는 힘의 2배 이상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되고 있습니다.

제트기관 부품으로 쓰이는 마레이징 강철. 금속의 강도와 인상을 더 우수하게 만든 철합금. 500도씨 정도의 고온에서도 강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로켓 케이스, 항공기 기체부품 등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된다.


펜싱 맞춤형 훈련

펜싱은 스텝과 소근육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은 펜싱 훈련에 적외선 카메라를 도입했습니다. 선수들이 검으로 상대를 찌르거나 막을 때,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측정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같은 선수들의 동작을 바탕으로 스텝 트레이닝과 소근육 강화 트레이닝 등 ‘펜싱 맞춤형 훈련’이 만들어졌습니다.

펜싱 맞춤형 훈련은 유·무산소 능력을 향상시켜 실질적 경기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데요. 펜싱만의 특이한 움직임을 고려해 현대무용과 접목한 무브먼트 펜싱, 선수들의 신체 균형을 잡아주는 미세근육 강화운동 등으로 펜싱에서 사용되는 근육들을 자극하고 풀어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박자와 리듬에 맞춰 찌르기와 뻗기 등의 훈련을 진행하면 심리적인 안정감을 키우는 동시에 타이밍을 맞추는데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경기 중 판정장비

펜싱 선수들이 칼을 휘두르는 속도는 초속 7m에 이릅니다. 우리의 두 눈으로 쉽게 분간할 수 없는 빠른 속도의 공격을 감지하기 위해서 펜싱복 안에는 전기선이 고르게 분포돼 있습니다. 공격의 성공 여부를 정확하게 판정하기 위해서입니다. 선수가 상대의 유효한 부분을 찌르거나 베면 바로 압력센서가 반응합니다. 선수들의 유니폼 뒤에 달린 긴 전선은 전광판과 연결돼 있어 압력센서가 외부의 자극을 전기신호로 바꿔 전광판에 불이 들어오는 원리인 것이죠.

2012년 런던올림픽 '1초 오심'으로 금메달을 놓친 신아람 선수가 당시 경기 직후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

특히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0.01초까지 계측이 가능한 초시계가 도입됐습니다. 경기진행요원이 심판의 구호를 들으면 손으로 초시계 단추를 누르는 방식으로 시간을 계측하는데요. 이번 올림픽에서 갑자기 새로운 초시계가 사용된 이유는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멈춰버린 1초’ 때문입니다. 당시 한국의 신아람 선수가 독일 브리타 하이데만 선수와의 연장전에서 ‘1초’를 남기고 상대 공격을 세 차례나 막았지만 경기진행요원이 초시계를 제대로 누르지 않아 어처구니없는 패배를 맛봤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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