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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나먼 한국경제 광복]日 ‘잃어버린 20년’ 답습…‘개혁 리더십’ 없으면 일본화 가속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이한지 올해로 71년을 맞았다. 강산이 일곱번 변하는 긴 세월이지만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 바로 한국경제다. 한국경제가 아직도 일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해방 이후 혼란기를 거쳐 1960~1970년대 이후 경제개발기에만 해도 한국경제는 ‘일본 따라하기’ 또는 ‘일본 추격성장’을 통해 개발의 기틀을 마련했다. 일본에서 20년 전에 성공한 상품이나 산업은 어김없이 한국의 히트상품, 신성장 산업이 됐다.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 전기전자 등 첨단산업으로 경제성장의 동력을 바꾸어갔던 일본의 경험을 그대로 따라해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일본 따라하기’를 통해 20세기 후반에 고도성장을 경험한 한국경제는 지금 다른 측면의 ‘일본 따라하기’를 펼치고 있다. 1980년대 말 버블붕괴 이후 일본이 장기 복합불황에 빠져 ‘잃어버린 20년’을 거쳤던 경험을 한국이 그대로 따가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실패경험도 따라하는 한국경제=해방 이후 일본을 모방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면, 지금은 일본 실패의 경험까지 답습하고 있다. 일본의 실패 경험을 반복하지 않는 것, 일본 실패의 길을 따라가지 않고 독립적 길을 가는 것이 진정한 해방인 셈이다.

한국이 일본 실패를 답습하고 있다는 신호는 여러 부문에서 감지된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등 인구구조의 변화는 20년 전 일본과 유사하며, 국제경쟁에서 신흥국에 밀리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경제를 효율화하기 위한 개혁을 진행하고 있지 못하는 것도 비슷하며, 특히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도 과감하게 실천하지 못하는 취약한 리더십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경제규모를 좌우하는 인구가 정점에 이르고 있다. 한국은 내년을 고비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해 2030년에는 총인구가 521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선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노인 비율인 노년부양비가 2014년 17.3명에서 2040년에는 57.2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고령화 진행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이는 일본이 20년 전 걸어갔던 길이다. 일본은 1997년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해 2015년 전체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경제활력이 떨어졌고,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성장이 정체하기 시작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일본 20년 전 부동산 침체, 한국은 수출 마이너스=성장경로도 비슷하다. 일본은 1980년대 말 부동산 거품이 꺼지하면서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 총수요 부족으로 성장를과 물가가 동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에 빠져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

한국도 부동산 거품에 대한 논란이 펼쳐지는 가운데 그동안 성장을 이끌어온 수출이 본격 마이너스에 돌아섰다. 지금까지 성장동력이었던 수출은 지난해 이후 최근까지 사상 최장기간인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 감소는 생산 위축→투자 부진→고용 위축→소득 감소의 악순환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저성장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물가도 저유가와 총수요 위축으로 0%대에 진입, 디플레이션 전단계인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에 처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경제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 개혁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20년 전 근본적인 경제개혁을 미룬 채 성장률이 높아지면 은행 부실화 등 경제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단기 부양책에 의존했다.

이런 정책의 실패가 결국 경제체력을 고갈시켰다. 한국도 지금까지 노동과 공공ㆍ산업구조 등의 개혁을 추진해왔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연속적인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 등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혁 리더십 없으면 ‘일본화’ 시간문제=중요한 것은 개혁의지와 리더십이다. 한국경제가 일본의 실패를 답습할 것이란 지적은 수없이 많았고,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지 처방도 이미 나와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고통을 수반하는 개혁엔 미온적이다.

현 정부나 권력층은 근본적 개혁보다는 단기적인 성장률 제고를 통해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혁을 추진할 리더십도 보이지 않으며, 이를 위해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현 정부와 권력층이 강력한 개혁의지로 무장하고 개혁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한국이 일본의 실패를 따라할 가능성은 더욱 높다. 해방 71주년이 되는 오늘, 한국이 일본의 그늘에서 벗어날 방법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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