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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용등급 상향의 역설…수출 위축ㆍ디플레 우려, “고용 악화-금리 인하” 전망도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신용등급 상향은 한국경제에 어떤 의미가 있나. 국제 신용평가사인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사상 최고인 AA 등급으로 올렸지만 이것이 한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다.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해외 투자가의 입장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안전해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의미가 있다. 이는 외환보유고나 국가 채권ㆍ채무 등 대외건전성 측면에서 한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더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경제 전망이 밝다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신용등급이 경제전망을 반영한 것이기는 하지만, 당장 수출이나 고용 등의 전망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제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당장 신용등급 상향조정 이후 외환시장에서 한국의 원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원화절상은 수요부진으로 저물가 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경제에 경기침체 속의 물가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한때 달러당 1100원 이하로 떨어지는 등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이 심화됐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수출은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교역 둔화 ▷글로벌 보호무역 움직임 ▷원화가치 상승 등 3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수출은 지난해 이후 지난달까지 무려 19개월 연속, 사상 최장기 마이너스 행진을 하면서 우리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수출 부진이 경제 악순환을 유발하고 있다. 수출 부진이 투자 감소→생산 위축→고용 축소→소비 위축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한국경제, 특히 고용사정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나 바클레이즈 등 해외IB들은 수출부진에다 기업 구조조정, 정부의 소비부양책 종료 등으로 하반기 고용시장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즈는 수출 부진으로 조선ㆍ자동차 등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고용이 위축되고,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부양조치 종료와 사드 갈등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 가능성 등으로 서비스업 고용이 제약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IB들은 한국은행이 수개월 내에 경기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지만, 경기회복세가 약하고 수출 및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부진해 4분기에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다수의 해외IB들이 글로벌 무역 위축 및 브렉시트 불확실성, 기업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한 차례 이상, 특히 10월에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될 경우 기준금리는 1.0%로 또다시 사상최저치를 경신하게 된다.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 바클레이즈 등은 수출 및 투자 부진으로 10월 중 한 차례 금리인하와 함께 올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을 예상했다. 스탠더드차터드와 크레딧스위스는 원화 강세로 중장기적인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HSBC와 노무라는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증가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주택담보대출 증가율 둔화 등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고, 모건스탠리는 추경의 경기부양효과가 제한적이어서 통화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해외IB들이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무게를 두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경제전망이 밝지 않아 경기진작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등급 상향이 경제상황이 개선될 것을 시사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것으로, 무작정 반길 수 없는 것이다.

신용등급 상향의 의미를 살리려면 장기적 경제발전에 필요한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대외 및 거시 건전성 지표가 우수하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며, 이는 우리경제가 보다 과감한 개혁과 구조조정을 감내할 체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상향에 취하지 않고 개혁을 가속화하는 게 그 의미를 살리는 길인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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