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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폭염과의 전쟁 ②] “전기료 폭탄 겁나요”…관공서로 피서 온 사람들
-서울시청 시민청 폭염기간 이용객 폭증…여름철 피서지로 각광

-시내 무더위 쉼터도 3251개나…9월 말까지 ‘에어컨 빵빵’히 틀어

-시민들“전기세때문 집에선 에어컨 못틀어…시원한 관공서 좋다”



[헤럴드경제=강문규ㆍ이원율 기자] “날이 아무리 더워도 전기료 폭탄이 무서워 집 에어컨을 켜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얼마간 선풍기를 틀며 지냈더니 아이 온몸에 땀띠가 생겼어요.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피서지로 생각한 게 시민청입니다.”

지난 11일 서울시청 시민청의 휴식공간에 앉아있던 가정 주부 임모(31) 씨는 한숨을 쉬며 부채질을 이어갔다. “오늘처럼 더운 날엔 출근하듯 네살 아이와 시민청을 들린다”는 임 씨는 “시민청엔 낙서공간 같은 놀이시설도 많고 항상 시원한 바람이 나오니 아이와 함께 더위 식히기에 제격”이라며 웃었다.

11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시청 시민청 내부 온도는 25도로, 같은 시간대 바깥 온도보다 10도 정도 낮았다. 폭염에 지친 많은 시민들은 “안과 밖 공기가 확연히 다르다”며 시민청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급 폭염’이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더위를 피해 시민청으로 향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이번해 7월 시민청의 방문자 수는 20만256명으로, 6월(17만3429명)보다 2만6827명 증가했다. 봄철인 4월(16만7329명)과 비교해선 3만2927명이 더 많다.

이들이 불볕더위 속 시민청을 찾는 가장 이유는 최근 바깥온도가 연달아 35도를 웃도는 와중에도 항상 26~28도를 유지하며 ‘더위 피난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청 안 의자에서 땀을 식히던 장모(64) 씨는 “날이 더울 땐 부채 하나 들고 시민청에 찾아오면 여기가 지상낙원”이라며 “집에서 에어컨을 틀면 전기세에 아내 눈치가 보여서 안 된다”고 귀띔했다.

시민청 작은물결책나눔터에서 책을 읽던 대학생 윤승아(22ㆍ여) 씨 또한 “혼자 있는 방에서 마냥 에어컨을 틀기엔 돈이 아깝다”며 “시민청은 시원한 공기에 책도 공짜로 마음껏 읽을 수 있어 가난한 학생인 내 입장에선 최고의 휴양지인 셈”이라고 했다.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시민들. 시민청은 이번 여름 서울 시민들에게 최고 피서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이 시민청이 최근 더위 피난처로 인기를 끌면서 유치원ㆍ어린이집 아이들도 쾌적한 ‘체험학습 공간’으로 많이 찾는다. 이날 오전 11시께 어린이 8명과 시민청을 찾은 유치원 교사 이모(31ㆍ여) 씨는 “폭염 속 야외활동을 대체할만한 다양한 시설이 있고, 아이들 또한 더위에 지치지 않을 공간으로 시민청을 방문했다”고 했다. “들어오자마자 시원해져 기분이 좋았다”는 유치원생 이슬아(5ㆍ여) 양은 “다음에 부모님과 또 오고 싶다”며 즐거워했다.

한편 서울시엔 시민청 외에도 폭염에 시민들의 여름나기를 돕는 ‘무더위 쉼터’가 3251개소 조성돼 있다. 시는 5월30일부터 경로당 2521개를 중심으로 주민센터와 복지관에도 각각 125개소ㆍ406개소를 무더위 쉼터로 마련해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다음달말까지 운영되는 쉼터는 누구든 방문해 시설 내 선풍기ㆍ에어컨 등을 통해 땀을 식힐 수 있다. 서울시는 이곳에 월평균 약 5만원가량의 전기세를 지원한다.

시 관계자는 “올해 유독 폭염이 계속되면서 더위에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시민들이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시민청, 무더위 쉼터같은 공간 조성에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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