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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호 인권위원장 취임 1년…“‘外治’ 긍정적ㆍ‘內治’ 부정적”
국제기구 영향력 상승 노력 등 호평받아

‘국내 현안 소극적’ 비판도…엇갈린 평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이성호<사진> 인권위원장이 오는 13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이 위원장은 국가인권기구 등급 심사에서 A등급을 받도록 하는 등 대외적 성과에 있어서는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민감한 국내 현안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등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일 복수의 인권위 관계자와 인권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원장 재직 중 내정돼 우리나라의 인권 전담 독립기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길 당시만 해도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우선 전임 현병철 위원장의 ‘자질 논란’ 속에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세 차례나 보류한 등급 심사에서 강등을 막아야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ICC가 권고한 인권위원 임명 절차의 투명성 확보, 시민단체 참여 보장, 구성원 활동 면책조항 마련 등을 실천할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줘야 했다. 현 전 위원장 임기 내내 논란과 파행을 거듭하면서 인권위원과 실무 직원 간 성향 차이로 생긴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는 것 역시 이 위원장의 몫이었다.

1년이 흐른 지금 이 위원장을 바라보는 각종 시각과 평가를 종합해보면 ‘현 전 위원장 당시의 인권위보다는 나아졌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일단 ICC의 후신인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의 국가인권기구 등급 심사에서 A등급을 받아냈다.

‘제자리를 찾아간 것에 불과하다’는 다소 박한 평가도 있지만, 이 위원장이 정부 발의로 인권위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국회와 시민단체에 협조를 구하는 등 노력을기울인 것은 무시하지 못할 점이라는 게 중론이다.

GANHRI 고령화 실무그룹 의장을 맡게 된 것도 이 위원장의 인적 네트워크가 빛을 발한 결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현 전 위원장 시절 안경환 전 위원장이 발판을 닦아 놓은 ICC 의장국 수행이 무산된 탓에 ‘인권 선진국’이라는 위상이 날로 추락하는 ‘위기’를 막아낸 것은 분명해보인다. 인권위의 한 직원은 “이 위원장이 현 전 위원장에 비해 세련된 것은 사실이고 외교적 측면에서 기여한 것도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의견 표명이나 권고도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4월 개최한 상임위원회에서 테러방지법 중 장ㆍ차관급인 테러대책본부장이 대통령 승인 없이 군을 움직일 수 있다는 내용이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로 의결했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전 세계적으로 대형 테러가 속출하면서 불안 심리가 가중된 가운데 테러방지법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 국가기관은 인권위가 처음이었다.

이렇듯 눈에 보이는 대외적 성과에도 인권위가 지난 1년간 인권 사각지대를 샅샅이 찾아내 문제를 해소하는 등 국민 개개인의 인권과 인간의 존엄·가치를 실현하는 역할을 다 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안타깝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굵직한 현안들에 제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했다는 일각의 지적도 나아고 있다.

인권위법 제25조를 보면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인권위가 관계기관 등에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하도록 규정하지만 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 활동을 보장하는 문제,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 등은 당사자들의 기본권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도 인권위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며 지적했다.

법관 출신으로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한다는 장점의 이면에는 지나치게 법적인 틀 안에서만 인권 문제를 바라보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는 이 위원장을 포함한 4명의 상임위원 중 법조계 출신 인사가 3명이나 포진돼 위원 구성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와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위원장 체제의 인권위가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워치독’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열린 사고’가 필수라는 제안이 나온다. 또 다른 인권위 직원은 “이 위원장이 법률가 관점에서 인권 문제를 바라보고 간부들이 거기에 동조하니 위원회가 잘 길든 관료조직이 돼 간다”며 “상상력이 중요한 인권 분야에는 맞지 않는 사고”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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