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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기를 모른 스무살 패기…청년검객, 기적을 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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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선수에 4점차 지다 막판 5득점
큰 점수차에 방심한 상대 허 찔러
대한민국 새벽 깨운 대역전 드라마
박상영 “아픈 왼쪽무릎 잘 버텨줘”
힘빠졌던 ‘10-10 목표’ 재시동



스물한살, 세계랭킹 21위 막내 박상영(21ㆍ한국체대)이 기적같은 반전 드라마를 썼다.

박상영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세계랭킹 3위 게자 임래(42ㆍ헝가리)를 상대로 15-14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펜싱 에페 사상 첫 금메달이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 김영호(45)에 이어 두번째로 수확한 개인전 금메달이다. 무려 16년만이다.

남자펜싱 박상영(왼쪽)이 9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3경기장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제자 임레(헝가리)를 향해 금메달을 결정짓는 마지막 찌르기를 성공시키고 있다. 리우=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대회 초반 우승 후보들의 부진으로 금메달 전선에 빨간불을 켠 대한민국 선수단은 박상영의 깜짝 금메달로 다시 ‘10-10’(금메달 10개-종합순위 10위 이내) 목표에 힘찬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 새벽을 깨운 짜릿한 명승부였고, 통쾌한 승전보였다.

많은 기대를 얻지 못한 채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나선 대표팀 막내 박상영은 첫경기 32강전부터 쉽게 승리하더니 16강과 8강, 4강, 결승전까지 승승장구했다.

결승전 상대는 마흔두살 베테랑 임래. 박상영은 1피리어드 초반 노련한 임래에게 2점을 내주며 0-2로 뒤쳐졌다. 정확한 퐁린트 집중력이 강점인 임래는 매 공격 정확하게 박상영의 가슴을 찌르며 압박해 왔다.

하지만 박상영은 자신의 주특기인 플레시 공격을 통해 1점을 만들어 추격했고, 임래와 동시에 공격을 성공시키며 경기 시작 2분 15초엔 5-5 동점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노련한 임래 앞에서 다시금 무너졌다. 1피리어드는 6-8로 뒤진 채 마쳤다.

박상영은 2피리어드 58초에 다시 경기를 9-9 동점으로 가져갔지만, 플레시 공격 패턴이 임래에게 읽히며 연달아 4점을 내주고 9-13으로 2피리어드를 마쳤다. 3피리어드에 들어서도 먼저 한점을 뽑아냈지만, 이내 점수를 내주며 10-14로 쫓겼다. 임래가 한 점만 더내면 박상영이 패배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상영의 기적같은 반격이 시작했다. 내리 5점을 득점하는 데 성공했다. 먼저 4점의 큰 점수차 탓에 방심하고 공격해 들어온 임래의 약점을 노려 2점을 뽑아냈다. 임래가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자 자신의 장기인 플레시 공격으로 2점을 추가로 성공시켰다. 14-14.

박상영이 무섭게 쫓아오자 임래는 자세를 숙이고 공격에 들어왔다. 이때 박상영은 침착하게 상대의 왼쪽팔을 노린 기습적인 팡트(찌르기) 공격을 시도했다. 15-14. 이날 경기 계속 뒤져가던 박상영의 첫 번째 리드이자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진주제일중학교 1학년 때인 2008년에 처음 검을 잡았다. 칭찬을 거의 듣지 못하고 자라던 그는 펜싱을 하면서 “잘한다”는 격려를 받았고 펜싱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전국대회에서 단체전을 포함해 7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경남체고 시절인 2012년 대구 전국체전에서 2관왕에 오르며 3연패를 달성했고, 그해 세계청소년펜싱선수권에서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1월 카타르, 5월 스위스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작년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았다. “박상영은 이제 끝났다”는 말에도 특유의 노력과 승부욕으로 이겨냈다.

박상영은 금메달 획득 후 지금도 아픈 왼쪽 무릎을 어루만지며 “얘가 잘 버텨줬어요.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라며 감격해 했다.

박상영은 “10-14로 몰렸을 때 지금 너무 급해. 침착하게 수비부터 신경 써라고 자신에게 말했다”며 “수비를 신경 쓰면서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올 때 틈을 노렸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박상영은 “살면서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씀드린 게 손에 꼽을 정도인데…”라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부모님, 정말 사랑합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박상영은 15일 에페 단체전에 나서 두번째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박상영은 “정진선 선배 등 형들이 오늘 경기 내내 자기 일처럼 나를 응원하고 도와주셨다”며 “저, 이번 올림픽에 단체전 금메달 노리고 왔어요”라고 웃었다. 막내의 반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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