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중계를 보던 시청자들의 시선이 그의 입에 쏠렸다. 9-13으로 뒤진 채 끝난 2피리어드. 1분의 휴식시간에 그가 중얼중얼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6번이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할 수 있다”였다. 주문은 그대로 기적이 됐다.

한국 펜싱 대표팀 막내 박상영(21)이 짜릿한 대역전극을 펼치며 한국 선수단에 세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박상영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개인 결승전에서 헝가리의 제자 임레(42)에 15-14, 1점차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김영호 이후 16년 만의 남자 개인전 금메달이다.

세계랭킹 21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막내였다. 누구의 기대도 받지 않았던 터라 잃을 것도 없었다. 예상을 뒤엎고 32강전부터 결승전까지 거침없이 달려나갔다.

결승 상대는 세계 3위의 백전노장. 박상영은 경기 내내 단 한 번도 리드를 잡지 못했다. 10-14. 1점만 뺏기면 패하는 위기다.

하지만 만화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날아올라 공격하고(플레시), 전진하며 찌르더니(마르셰 팡트) 믿기지 않는 5연속 득점. 첫 역전에 성공했고, 그것이 금메달 포인트가 됐다.

막내의 별명은 ‘미친 펜서’다. 잘 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취미도 모두 펜싱이다. 진주제일중 2년 때 검을 잡았다. 한번도 칭찬받은 적이 없던 그가 펜싱을 하면서 “잘한다”고 칭찬받기 시작했다. 죽도록 매달렸다. “상대방을 없애버리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다”고 했다. 엄청난 승부욕과 노력도 작년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물거품이 될 뻔했다. “박상영은 이제 끝났다”는 말에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섰다. 가장큰 힘은 어머니 최명선 씨의 기도다. 폭염 속에서도 매일 108배를 올린 최씨는 “집안 형편이 안 좋아 기도밖에는 해줄 게 없었다.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에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박상영은 아직 배가 고프다. “단체전 금메달 따러 올림픽에 왔다”며 씩 웃었다. 첫 올림픽서 금메달 2개를 가져가겠다는 야심이다. 박상영의 황금빛 주문이 다시 시작됐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