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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우올림픽] 지독한 연습벌레 막내 … 한국 펜싱史 발자취 남기다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박상영(21ㆍ한국체대)은 막내지만, 배짱이 좋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기대가 크다.”

출국전 조희제(51) 펜싱대표팀 코치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우올림픽 다크호스로 박상영을 꼽았다. 십자인대 파열로 1년간 재활을 거쳤지만, ‘미친펜서’라고 불릴 정도로 항상 노력을 아끼지 않던 박상영에게 조 코치가 거는 신뢰감은 컸다.

다크호스 박상영은 조 코치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1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세계랭킹 3위 게자 임래(42ㆍ헝가리)를 상대로 15-14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남자펜싱 박상영이 10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3경기장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임레 게자(헝가리)를 상대로 승리한뒤 환호하고 있다. [리우=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남자펜싱 박상영이 10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3경기장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임레 게자(헝가리)를 상대로 승리한뒤 환호하고 있다. [리우=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3라운드 시작전 9-13으로 밀리고, 10-14로 패배(펜싱의 경우 15점을 먼저 달성한 쪽이 승리)직전까지 몰렸지만 3라운드를 절반 남기고 한순간에 5점을 기록하며 거둔 역전승이었다.

박상영은 펜싱 에페종목에서 한국 최초로 세계정상에 등극했다. 한국 남자 펜싱이 플뢰레, 사브르, 에페를 통틀어 금메달을 딴 것도 시드니 올림픽 김영호(45ㆍ로러스 펜싱클럽)에 이어 두 번째다. 16년만의 남자 펜싱 금메달이다.

  
남자펜싱 박상영이 10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3경기장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임레 게자(헝가리)를 상대로 승리한뒤 환호하고 있다. [리우=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남자펜싱 박상영이 10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3경기장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임레 게자(헝가리)를 상대로 승리한뒤 환호하고 있다. [리우=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지난해 십자인대파열 부상을 당한 박상영은 세계랭킹이 100위권까지 떨어졌다. 올림픽 출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초조할만한 상황임에도 박상영은 올림픽만을 생각하며 묵묵히 재활과 연습에 나섰다. 당시 누군가 박상영에게 “박상영은 이제 끝났다”라는 말을 건냈다. 박상영은 재활 당시를 기억하고 있다. 그는 “펜싱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그 전에서 몇 번 있었지만,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박상영이 끝났다’는 말을 했을 때는 정말 자괴감이 들었다.” 박상영은 당시를 회상하며 한숨을 쉬었다.

남자펜싱 박상영이 10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3경기장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임레 게자(헝가리)를 상대로 승리한뒤 환호하고 있다. [리우=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그럴수록 더욱 검을 꽉 쥐었다. 성실히 훈련과 재활에 임했다. 2016년 밴쿠버 월드컵에서 출전했고 개인전 동메달을 기록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알렸고, 세계랭킹도 21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꿈의 무대가 열리는 리우 땅을 밟는데 성공했다. 화려한 재기였다.

어린시절부터 박상영은 지독한 연습벌레로 유명했다. 학창시절 박상영을 지도한 정순조(42ㆍ경남체고) 코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상영이는 특출난 선수는 아니었다”고 그의 학창시절을 회상했다. 하지만 “다른 선수보다 펜싱을 좋아하고 더 성실했고, 치밀했다“고 덧붙였다. 또 ”지도자의 역량도 분명 있었겠지만 결국 선수 개인이 펜싱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스타 선수로 크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박상영은 매일 꼭두새벽부터 밤 늦게까지를 펜싱 연습에 할애했다. 쉬는 날이면 정 코치의 집을 방문해 상대팀 전력을 비디오로 분석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특출나지 않았던 실력은 점차 늘어났고, 고등학교시절부터 청소년 정상, 국내 정상과 세계 정상수준으로 성장했다.

2012년 대구 전국체전에서 2관왕에 오르며 3연패를 달성했다. 세계청소년펜싱선수권에서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13년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만18세의 나이로 최연소 국가대표에도 뽑혔다.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는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박상영의 주무기는 상대를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플래시다. 다른 선수보다 빠른 풋워크와 손동작도 장점이다.

10일 경기에서는 위기 상황마다 자신의 장기가 터져나왔다. 세계랭킹 3위 임레 게자를 상대한 결승전에서도 9-8로 뒤지던 2라운드 플래시로 동점타를 만들었다. 9-13으로 뒤지던 3라운드에서도 연달아 플래시 공격을 성공시키며 점수차를 좁혔다. 빠른 풋워크로 연신 공격을 뽑아냈다.

마지막 라운드인 3라운드가 절반이상 소요된 1분23초, 동점까지 상대를 따라잡은 박상영은 몸을 숙이고 공격해 들어온 임레의 왼쪽 어깨를 공략했다. 박상영의 득점을 표시하는 초록색 불이 헬멧에 켜진 순간이었다. 박상영은 포호하며 허공으로 검을 휘둘렀다. 임레는 고개를 숙였다. 박상영은 자신을 지도해준 조 코치와기쁨의 포옹을 나누고 잠시간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내 일어선 박상영은 태극기를 집어들고 경기장 곳곳을 뛰어다녔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을 만난 박상영은 “작년에 십자인대가 파열됐을 때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그는 “힘들었던 순간”이라면서도 “올림픽 생각하면서도 (재활과 훈련을 하며) 버텼다”고 밝게 웃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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