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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은 전기료 논란을 부른다’… 재계 “산업용 전기료 싸다는 건 오해”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산업용 전기세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시민들은 한국 전력을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누진제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누진제 개편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최대 11배 더내야”= 전기요금 누진제가 처음 시행된 것은 지난 1974년이다. 전기 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현행 체계는 2005년 12월 28일에 실시됐다. 1단계(100㎾h 이하)에 비해 6단계(500㎾h 초과)는 11.7배의 요금을 내야 한다. 매년 7~8월 전기료 폭탄 우려가 나왔다가 찬바람과 함께 사그러 든 것은 수년전부터 반복돼온 연례 행사가 됐다.

올해는 2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한국전력을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누진제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누진배율이 각각 1.1배, 1.4배인 것과 비교해 한국의 누진배율(11.7배)는 너무 크다는 것이 요지다. 또 한국의 전체 전기 사용량의 84%에 이르는 전기를 산업계가 사용하고 있는데 기업들은 누진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가 저렴하다는 것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일본의 데이터 센터와 일부 기업들이 한국에 회사를 옮기는 경우도 생겨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일본의 대표적 화학회사 도레이는 경북 구미에 660억원을 들여 탄소섬유 생산 공장을 건설했다. 당시 도레이가 한국에 투자를 결정한 것은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이 일본의 절반 수준이란 점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1킬로와트/시’를 사용하는데 0.058달러다. 일본은 0.158달러고, 영국은 0.135달러, 프랑스 0.107달러, 미국 0.068달러 가량이다.

▶여름만 되면 번지는 전기료 논란= 올해는 정치권에서도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전기요금 누진 단계를 3단계로 간소화하고 누진율을 현행 11.7배에서 2배로 줄이자는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산업용에는 누진제 없는 싼 요금을, 가정용에는 비싼 요금을 물려 서민들이 요금폭탄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되는 6단계 누진세 제도를 4단계로 줄이자는 개편안을 제시했다.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전체 전기소비량의 50% 이상을 쓰는 산업용에 비해 13%대인 주택용 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무소속 홍의락 의원은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이 10조원 이상인데, 전기요금을 내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매해 7~8월은 전기료 인상안을 두고 논란이 일어왔다. 지난해에는 문을 열고 냉방을 켜고 있는 상점에 과태료를 메기겠다고 나서면서 과잉단속 논란과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대기업 간의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계 “내려야 할 판인데…”= 대기업들은 여론 악화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산업용 전기가 과도하게 저렴하다는 세간의 인식도 오해라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화 추광호 산업본부장은 “올해 4월 전경련은 산업부에 산업용 전기료를 낮춰 달라고 요청을 했다. 절대 금액을 놓고 보면 싸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주택용보다 산업용 전기가 싼 것은 보편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추 본부장은 해외 기업들이 ‘싼 전기료 때문에 한국으로 온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당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한 것은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된 결과다. 전기료가 싸다고 해서 들어왔다고 단정키 어렵다”며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와 시장개척의 용이성 등이었다”고 말했다.

산업용 전기료가 싸긴 하지만 최근 큰 폭의 조정이 있기는 했다. 예컨대 2011~2013년 주택용 전기요금은 9.7% 오르는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33%가 올랐다. 2000년부터 따져보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은 84.2%에 비싸졌다고 재계측 인사들은 전하고 있다.

또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철강(전기로) 등 업체들은 하루 최대 6시간씩 최대부하 시간의 요금을 납부하고 있어 이를 감안하면 산업용 전기료가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산업부 ‘누진제 개편 없다’= 산업부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사용량·소득에 따른 요금 형평성과 전력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섣부른 요금제 개편은 전력 사용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날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은 현 전력 수급 상황과 요금 형평성을 고려할 때 적절치 않다. 개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채 실장은 “주택용 전기요금 원가율은 92~95% 수준으로 원가 이하”라며 “작년 8월 기준으로 최고 전기료 부과 구간인 6단계 가구 비중도 4%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채 실장은 “6구간에 해당하는 가구 비중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현 체계가 대다수 국민에게 징벌적 전기료를 물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전력 대란 우려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누진제를 완화해 전기를 더 쓰는 구조로 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제기준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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