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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올림픽은 과학입니다 ①양궁
[HOOC=이정아 기자] 장혜진-최미선-기보배로 이뤄진 여자 양궁대표팀이 8일(한국시각)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체전에서 8연패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다시 한 번 ‘천하무적’의 신궁 파워를 과시한 것인데요. 대표팀이 양궁 명가의 자존심을 지킨 비결에는 철저하게 과학에 접근한 훈련법이 있었습니다. 선수들의 땀을 뒷받침해 경기력을 최상으로 이끌어내는 올림픽 속 스포츠과학에는 어떤 것들이 숨겨져 있을까요? 세계 최강, 그 이면에 있는 치밀하고 철저한 ‘첨단 과학’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시차 극복하기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심리 안정을 돕는 ‘심리 컨디셔닝(conditioning)’ 전문가가 현지에 직접 따라간 유일한 종목입니다.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가 선수들의 심리적 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인데요. 일단 올림픽에서 컨디션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시차. 브라질과 한국은 12시간 차이가 나 낮밤이 완전히 뒤바뀐 상황에서 경기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선수들은 시차 적응을 위해 국내에서부터 맑은 날의 오후 정도 밝기인 2500럭스(lux) 조도의 방에 머무르면서 하루에 30∼60분씩 수면시간을 늦추는 광선치료 훈련을 해 왔습니다.

양궁 여자 단체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장혜진, 최미선, 기보배 선수. 장혜진 선수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기뻐하는 모습. 리우=박해묵 기자

특히 양궁은 허리에 중심을 잡고 안정적으로 활시위를 당겨야 하는 만큼 상체의 힘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로 인해 양궁 대표선수들은 장시간 비행 중에도 수시로 어깨 근육을 풀었습니다. 오랜 시간 어깨를 구부리고 있으면 어깨가 뭉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현지에 도착한 양궁 대표팀 선수들은 오후 3시까지 빛을 쬐고 그 이후에는 피하는 식으로 수면 시간을 조정했습니다. 더 빨리 현지에 적응하기 위해 선수들은 멜라토닌 호르몬제나 카페인을 따로 섭취하기도 했습니다.


식단 구성
양궁은 정신력과 집중력 조절이 필요한 종목이기 때문에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메뉴보다 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식단이 선호됩니다.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되, 저칼로리 음식으로 식단이 구성되는 것이죠.


현지 적응도 높이기
양궁 선수들은 현지 경기장의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손에 굳은살이 배길 때까지 매일 수백 발의 화살을 쏘며 과녁을 정조준해왔습니다. 또 야구장에서 소음 대비 훈련을 하거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훈련에 돌입하며 ‘리우 적응도’를 키웠습니다.

특히 양궁 대표팀은 평상시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활쏘기’나 ‘공 띄우기’ 등 대표팀을 위해 특별 제작된 슈팅 게임도 해왔는데요. 문형철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리우 현지에 가서 수시로 모바일 게임을 해 모바일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고온 다습한 기후의 리우데자네이루는 활의 상태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양궁 대표팀은 X선 비파괴검사를 통해 가장 좋은 활을 골라 경기에 나섰습니다. X선 비파괴검사란 물체를 부수지 않고도 내부의 미세한 결함을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병원에서 주로 쓰이던 X선 검사가 양궁으로 범위를 확대한 셈입니다.


스트레스 조절
현지에 도착한 양궁 선수들은 신체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과정에 돌입하는데요. 이때 중요한 것이 스트레스 분석입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은 침 속 1%를 차지하는 소화 효소인 아밀레이스 양을 측정하면서 압박감으로 인한 스트레스 정도를 알아내 훈련 강도를 조절할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이 방법은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사용됐습니다. 선수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도착 2일 차에 스트레스가 가장 많고 이후 혈압, 심박, 체온, 스트레스가 낮아지면서 안정기에 접어드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선수들은 이 리듬에 맞춰 연습 강도를 조절했습니다.

디자인=홍윤정 인턴, 자료=한국스포츠개발원


경기 중 심리 안정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 긴장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양궁의 승패를 결정한다고 판단한 양궁대표팀 선수들은 뇌파의 변화를 읽어내는 ‘뉴로피드백’ 시스템을 동원한 특별훈련을 받아왔습니다.

머리에 뇌파전달장치를 부착한 선수에게 실전 경기와 같은 소리를 들려줍니다. 이어 선수들이 자신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몰입하게 합니다. 어느 순간에선가 뇌파가 정상수치를 벗어나면 바로 선수에게 진동이 전달되는데요. 선수들은 진동을 통해 어떤 부분에서 자신이 심리적으로 흔들리는지를 간파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는 시점에 특정 이미지나 단어를 반복적으로 떠올리면서 뇌파가 정상수치를 벗어나지 않도록 집중력을 키웁니다. 실험 데이터를 보면, 선수들이 훈련을 거듭할수록 불안할 때 울리는 진동수의 정도가 확연이 줄어드는 게 확인됩니다.

김영숙 한국스포츠개발원 선임연구원은 “반복적인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스스로 집중력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훈련”이라며 “시각으로 기억된 것은 떠올리기도 쉬워 트레이닝 효과가 크다”고 전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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