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성혐오의 덫’에 갇힌 대한민국] ‘여성차별 철폐운동’ vs ‘反사회운동’…‘레진 코믹스’환불사태 갑론을박
남혐(남성 혐오)ㆍ여혐(여성 혐오) 논란을 불러 일으킨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넘었다. 이 사건을 통해 빚어진 ‘남녀 전쟁’이 최근 웹툰 사이트 ‘레진 코믹스’ 집단 환불 사태를 통해 다시 온라인에서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27일 트위터, 페이스북 등 복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지난주 일어난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 성우 교체 논란으로 빚어진 ‘남녀 갈등’은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 집단 환불 사태를 통해 지난 주말 정점을 찍었다.

니딕게임즈가 제작하고 넥슨이 배급한 ‘클로저스’는 게임에 참여한 성우 김자연 씨가 여성주의 사이트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었다가 남성 네티즌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자 “김 씨를 다른 성우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씨는 지난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여자에게는 왕자가 필요 없다(GIRLS Do Not Need A PRINCE)’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이 옷은 ‘메갈리아’가 페이스북의 계정 삭제 반복에 반발, 민사소송을 위해 비용 모금 차원에서 만들었다. 이 일을 계기로 온라인 여론은 게임업체를 옹호하는 편과 비판하는 편으로 갈렸다.

주로 남성이 다수인 업체 옹호 측은 ”메갈리아는 사실상 ‘반(反)사회 성향 단체로, 이에 찬동하는 사람은 대중이 즐기는 게임에 참여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여성이 다수인 비판 측은 “메갈리아는 여성주의 단체일 뿐인데 정치적 의견을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직업상 불이익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섰다.

이 사태는 김 씨가 “내가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 사과 글을 올리면서 다소 잠잠해졌다가 지난 20일 다시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졌다.

‘레진코믹스’에 작품을 올리는 작가 중 한 명이 트위터에서 김 씨의 뜻에 찬성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네티즌에게 비난을 받자 “그래서 (내)만화 안 볼거야?”라는 트윗을 올려 독자 비하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웹툰 작가가 해당 작가의 발언을 옹호한 반면 일부 독자는 “웹툰 작가들에게 권위의식이 있는 줄 몰랐다”며 비판했다. 유료 사이트인 ‘레진코믹스’에서는 남성 회원들의 대규모 환불 운동이 이어졌다. 이들 중 일부는 김 씨를 옹호했던 작가와 작품 목록을 거론하며, 모든 웹툰 사이트에 “이들 작가의 게재를 종료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한 여성 웹툰 작가가 같은 여성 작가들이 모이는 카페에 ‘게재 종료 운동’을 벌인 독자들을 빗대 ‘도다리같은 독자떼들’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해당 글의 캡처가 유출됐다. 이를 본 일부 남성 독자가 “우리는 개, 돼지보다 못한 도다리다”고 반발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메갈리아’를 필두로 한 요즈음의 여성주의 운동을 하나의 차별 철폐 운동으로 인정하는 측과 비뚤어진 반사회 운동으로 보는 측으로 갈린 것이 온라인 속 ‘남녀 전쟁’의 핵심이라며, 서로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윤ㆍ김진원 기자/k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