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번의 두드림… 유리천장 이번엔 깨지나= 미국은 조지 워싱턴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228년 동안 44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모두 남성이었다. 미국 여성들은 흑인보다 반세기 늦은 1920년에야 참정권을 얻었을 정도로 정치적 처우가 열악했다. 백인 여성은 대체로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 다른 정치적 소수자들이 유리천장을 깬 뒤에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뉴욕타임즈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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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그간 40여 차례 유리천장을 두드렸지만 깨부수는 데는 실패했다. 가장 최초의 시도는 140여년 전에 있었다. 빅토리아 우드헐은 여성 참정권이 부여되기도 전인 1872년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뜯어고치겠다”며 ‘평등권당’의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지만, 단 한 명의 선거인도 확보하지 못한 채 쓴 잔을 들이켰다.
민주당과 공화당에서는 1964년 마거릿 체이스 스미스(공화), 1972년 셜리 치숄름(민주), 1996년 엘비나 로이드-더피(민주), 2004년 캐럴 모즐리브론(민주) 등이 대권을 노렸지만, 모두 경선에서 탈락했다. 올해도 공화당에서는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회장이 출마했지만 경선 초반 저조한 성적에 중도 하차했다.
경선 통과가 상대적으로 쉬운 군소정당에서는 여성 정치인들이 꾸준히 유리천장을 두드리며 금을 냈다. 벨바 앤 록우드(전미평등권당ㆍ1884년)는 사상 처음으로 득표를 했고, 레노라 풀라니(새동맹당ㆍ1988년)는 50개 전체 주에서 대선후보로 공식 인정받은 최초의 여성이자 최초의 흑인 후보란 기록을 세웠다. 질 스타인(녹색당ㆍ2012년)은 여성 후보 가운데 역대 최다 득표를 했다.
▶전세계 여성 참정권은 고작 1년… 여성 정치 참여에 인색했던 세계= 힐러리의 당선은 세계 여성 참정권 역사에 있어서도 중대한 사건이다. 여성은 현재 전세계 16개 국가에서 정상에 올라 있는 상태지만, 전 세계 모든 여성이 투표권을 갖게 된 것은 고작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해 12월에야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여성 참정권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여성 참정권사를 살펴보면 현존 국가 중 여성에게 처음으로 참정권을 보장한 나라는 1893년 뉴질랜드다. 이는 피선거권은 배제하고, 투표권만을 부여한 반쪽짜리에 불과했지만, 이 영향으로 옆나라 호주도 1902년 여성 참정권을 도입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핀란드가 1906년 가장 먼저 여성에게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했다. 이어 노르웨이(1913), 덴마크(1915), 소련(1917), 캐나다(1918년), 독일ㆍ네덜란드(1919년) 등이 뒤를 이었다. 영국은 1928년, 프랑스는 1944년에야 제대로 된 참정권이 여성에게 주어졌고, 심지어 스위스는 1971년에야 이를 보장했다. 이는 유엔이 ‘여성 참정권 협약’을 채택한 지 19년이나 지난 뒤의 일이다.
21세기에 들어설 때까지도 여성 참정권은 온전히 주어지지 않아 오만(2003년), 쿠웨이트(2005년), 아랍에미리트(2006년), 부탄(2008년) 등이 뒤늦게 여성에게 정치 참여의 길을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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