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한국 삼계탕 마니아이고, 로터리클럽 수만명은 서울대회때 해가 지면 치맥을 찾아다녔다. 물건이 좋아도 언어가 다른 나라 간 입소문이 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치맥의 세계화 속도는 놀랍다.
그런데, 최근 한국음식의 전파속도는 치맥보다 더 빠르다. 거의 실시간이다. 중국인들은 요즘 한국어 자동번역으로 실시간 맛집 여행 정보를 체크한다. 포털에서 ‘요즘명’을 치면 ‘요즘 명동에서 유행하는 음식’이 자동완성된다.
국제교류가 활발한 중국 광저우 베이징루, 홍콩 몽콕야시장 등에서는 ‘요즘 서울 인기 음식’ 류의 팻말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곳엔 ‘한국 불오징어’, 서울 닭꼬치, 홍대 길거리 스테이크, 한국 발효아이스크림도 있고, 서울 명동 음식만을 모아둔 ‘신(辛)명동’에다 뒷골목에는 저육탕(肉湯) 즉 부산돼지국밥까지 있다. 현지인 입맛에 맞춰 조금 변형했어도 김떡순(김밥-떡볶이-순대)은 기본이다.
홍콩 ‘서울 브로스’라는 분식점 주인은 한국을 잘 모르고 한식을 파는 것 같다. 상점 외벽에 크게 걸린 한국인들 그림이 키 크고 세련된 남방계 인상과 복색으로 묘사돼있다.
중화권, 일본에서 한국 음식은 거의 ‘묻지마’식 열풍 속에 있다. 아쉬운 건 변형, 퓨전, 길거리 음식이 유행한다는 것이다.
전국 음식점들이 영-중-일어를 병기한 메뉴판을 보유하면 지방의 특산 음식, 우리 정통 한식이 급속히 세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식 세계화 예산 쇼잉에만 쓰지 말고 메뉴판 부터 글로벌 스탠더드로 바꾸자.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